비운의 아이엠텍...상장 1년 만에 매각 이유는?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우리조명그룹 계열이자 휴대폰 부품 업체인 아이엠텍이 상장 1년 만에 매각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이티아이는 지난 19일 공시를 내고 코리아컨소시엄, 트라이베카투자1호조합, 케이지피 3곳에 아이엠텍 지분 600만주(지분율 35.4%)를 330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우리이티아이는 아이엠텍의 최대주주. 이날 공시는 우리이티아이, 또 나아가 우리조명그룹이 아이엠텍 경영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였다. 우리이티아이는 우리조명 지배를 받고, 우리조명은 윤철주 우리조명그룹 회장이 대주주다.

아이엠텍 CI. 우리이티아이가 자회사 아이엠텍을 매각키로 하면서 아이엠텍은 우리조명그룹과 이별하게 됐다.
<아이엠텍 CI. 우리이티아이가 자회사 아이엠텍을 매각키로 하면서 아이엠텍은 우리조명그룹과 이별하게 됐다.>

아이엠텍은 2000년 대우전자와 LG전자에서 무선통신과 소재기술을 연구하던 인력이 모여 만든 전자부품 회사다.

2008년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탑엔지니어링에 인수됐다 2013년 11월 다시 우리이티아이로 매각됐다. 당시 우리이티아이의 인수 금액은 약 100억원이었다.

인수 후 2년 2개월이 지난 2016년 2월 아이엠텍은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LG전자 스마트폰에 안테나, 카메라모듈, 메탈 케이스 등을 공급하면서 쌓은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곧바로 악재가 터져 나왔다. 매출 90%를 차지하는 LG전자와 거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전략 스마트폰 G5를 내놨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처음으로 풀 메탈 케이스를 적용한 스마트폰이었다.

풀 메탈이면서 배터리나 카메라 등을 갈아 끼울 수 있는 모듈형 구조로 공개 당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아이엠텍은 이 메탈 케이스 공급권을 따내 G5 수혜기업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G5 수율 문제가 불거졌다. 불량 없는 양산품의 비율이 현격히 낮았던 것이다. 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메탈 케이스였다. 메탈 케이스는 제조가 쉽지 않은 부품이다. LG전자는 여기에 모듈 방식 디자인까지 접목해 어려움이 배가됐다.

결국 케이스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고, 고객사인 LG전자 G5 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실제 LG전자는 실적 설명회에서 “G5는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지만 초기 수율이 따라오지 못해 모멘텀을 이어가지 못했다”며 수율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파장은 매우 컸다. 아이엠텍 대표는 이 문제로 전격 교체됐다. 회사를 상장시킨 지 불과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또 아이엠텍은 LG전자 스마트폰 개발에서도 한동안 배제됐다. 개발 배제는 차기 제품에 부품 공급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이엠텍 문제는 나아가 우리조명그룹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조명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우리조명그룹 매출 대부분이 LG와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엠텍 문제는 그룹 전체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연간 2조원대를 넘던 우리조명그룹의 전체 매출이 지난해는 2조원 밑으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엠텍발 후폭풍이 거센 상황에서 우리이티아이도 작년 3분기까지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사정이 악화되자 우리조명그룹은 아이엠텍 매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우리이티아이는 공시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아이엠텍 지분을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조명그룹 입장에서는 이번 아이엠텍 매각으로 스마트폰 부품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하지만 100억원에 인수 회사를 300억원에 매각한 셈이기 때문에 투자 수익성 측면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았다.

관심은 아이엠텍의 향배다. 아이엠텍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전년 대비 98% 감소한 3억1500만원에 그쳤다.

아이엠텍은 탑엔지니어링에서 우리조명으로, 우리조명에서 다시 코리아컨소시엄 등으로 매각되는 부침을 겪는 동시에 이제 `자립`이라는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엠텍은 한동안 배제됐던 LG전자 스마트폰 개발에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참여, 거래 재기의 기회를 잡은 상태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관계를 복원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탑엔지니어링이나 우리조명그룹과 같은 든든한 울타리 없이 기업합병과 중개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최대주주로 맡게 됐기 때문에 또 다시 M&A가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부품 업체 관계자는 “아이엠텍 사정이 다시 나아질 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매각이 됐다”며 “부침이 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재기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아이엠텍은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진은 당시 상장 기념식 모습.
<아이엠텍은 지난해 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사진은 당시 상장 기념식 모습.>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