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결국은 배터리 문제… 삼성, 왜 미리 잡지 못했나

[이슈분석]결국은 배터리 문제… 삼성, 왜 미리 잡지 못했나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9월 1차 리콜 당시에도 배터리를 발화 원인으로 지목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원인을 알고도 정확한 문제 제거에 실패한 이유는 `제조사별로 다른 원인`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눈앞에서 놓친 `발화 용의자`

삼성전자는 배터리가 발화 원인이라는 점을 알고서도 정확한 문제 분석에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용의자를 잡아 놓고도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다시 풀어 준 꼴”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성급함이 화(禍)`를 불렀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문제를 인정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3일 “결과로 볼 때 자체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새로 탑재한 배터리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고 시인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배터리 제조사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A사와 B사로 언급했다. A사는 삼성SDI, B사는 중국ATL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규명을 위해 수개월 동안 전문 인력 700여명을 투입했다. 제품 20만대, 배터리 3만개로 대규모 충·방전 시험에서 소손 현상 재현 실험에 성공해 최종 원인을 찾아냈다.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 규명을 위해 △글로벌 과학회사 `UL` △미국 과학기술 분석 전문 기관 `엑스포넌트` △독일 검인증 기관 `튜브 라인란드` 등에 조사를 의뢰했다. 해외 전문기관도 배터리 자체 결함을 발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2일 갤럭시노트7 1차 리콜을 발표하면서 발화 원인에 대해 “배터리 미세공정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문제가 된 삼성SDI 배터리를 중국 ATL 배터리로 교체한 새 제품으로 판매했지만 교환품에서도 발화 사고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가 아닌 다른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결국 발화 원인은 `배터리 결함`으로 귀결됐다. 배터리가 문제라는 점을 이미 알고서도 정확한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셈이다.

삼성SDI 배터리의 문제점은 1차 리콜 발표 당시 밝힌 내용과 동일하다. 배터리 오른쪽 위 모서리의 눌림 현상, 얇은 분리막 때문에 발화된 것으로 조사했다. 새롭게 적용한 ATL 배터리는 비정상으로 높은 융착 부위(이음새)와 이로 인한 절연 테이프 및 분리막 파손 등이 문제였다. 절연테이프가 부착되지 않은 배터리도 일부 발견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이 배터리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배터리 제조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 사장은 “A사, B사 모두 다른 모델에도 협력하는 업체”라면서 “삼성전자가 최종 책임져야 하는 세트 제조사로서 안전성, 품질 등을 점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확실한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을 지목한 이후 또다시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발화 원인 발표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의혹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점을 모두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 발화 현상이 발생한 뒤 언론, 전문가 등이 제기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테스트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방수·방진을 강화하다 보니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 문제가 아니냐는 의혹을 테스트하기 위해 백커버를 장착 또는 미장착한 상태에서 충전 테스트를 실시했다. 홍채 인식 오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4000볼트(V) 이상 환경에서 정전기 테스트를 거쳤으며, 유·무선 고속충전 영향 여부 파악을 위한 충전 시 전류와 전압 변화를 체크했다. 과도한 소모성 전류 발생에 따른 소프트웨어(SW) 오작동 및 과전류 시험도 진행했다.

고 사장은 “소손 원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했지만 그 결과 배터리 이 외에는 사고 발생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전한 `갤럭시S8` 만들겠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서 얻은 교훈을 갤럭시S8에서 제대로 실천해야 하는 의무가 남아 있다. 150여일을 끌고 온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를 마무리 짓고 갤럭시S8으로 재기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갤럭시S8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 고 사장은 “10월 말부터 기존 안전성 검사에 TVOC 검사, 해체 분석, 엑스레이 검사 등을 더했다”면서 “(배터리 원인 발표로부터) 3, 4개월이 짧은 시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 전원이 밤을 새워 가며 차기 제품 안전성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차기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8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공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갤럭시S8`을 무리한 일정으로 공개하진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 사장은 “이번 교훈을 업계와 적극 공유, 업계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 강화에 공헌하겠다”면서 “다중 안전장치와 검증 프로세스 등을 표준 단체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소비자가 안전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