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PP 탈퇴 서명…한미 FTA로 불똥 튀나 `촉각`

트럼프, TPP 탈퇴 서명…한미 FTA로 불똥 튀나 `촉각`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며 다자 무역협정 뒤집기에 나섰다. 미국은 이틀 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까지 공식화했다.

한국 정부도 추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 등으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TPP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과정부터 꾸준히 강조해 온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일본, 중국 등 각국은 세계 무역질서 지각 변동 가능성과 전망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 서명 후 “미국 근로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첫 공식 브리핑에서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양자 무역협정 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FTA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을 주창하며 당선 시 즉각 TPP를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기간에 TPP를 “미국에 잠재된 재앙”이라면서 “취임하면 100일 이내에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10월 타결된 TPP는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다가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나머지 국가는 TPP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이탈로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우리나라는 TPP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직접 영향은 받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하던 일본이 타격을 받으면서 우리나라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그러나 트럼프 보호무역주의가 NAFTA 재협상, TPP 탈퇴에 그치지 않고 한·미 FTA 재검토까지 이어질 수 있어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 한·미 FTA를 “(미국)민주당 정부에서 체결한 실패한 협상”이라고 평가 절하한 것도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은 것으로 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발하자마자 보호무역 행보가 빨라지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산업부는 한·미 FTA가 양국 통상과 경제 협력에 상호 호혜성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미국 측에 지속 설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인호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이번 주 미국을 찾아 통상 협력 지속 관련 실무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또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내정자의 인준 절차가 끝나는 대로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직접 미국을 방문,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주 장관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것이 자칫 한·미 FTA로 인한 혜택을 한국만 누리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미국 경제는 점점 좋아지는 반면에 우리 경제는 회복세가 더뎌서 수입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TPP는 아직 발효되지 않은 협정이고, NAFTA도 개정 필요성이 오랫동안 제기돼 온 협정인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손쉬운 카드를 꺼내 든 측면이 있다”면서 “한·미 FTA는 합의에 따른 국가 간 협정인 데다 미국도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재협상을 일방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