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특별기획/특허강국으로 가는 길><칼럼>박병욱 팀장 "IP허브 제대로 가고 있나"

2014년 9월 23일 대한민국 세계 특허(IP) 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또 사법부는 2015년 6월 4일 IP허브 코트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IP 관련 국제재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IP 분쟁 해결을 위해 영어로 재판을 하는 국제재판부를 신설하는 등 소위 IP 허브국가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IP 허브 국가 추진은 입법, 사법, 행정부 등 전방위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고 올해 IP업계 화두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에 문제는 없을까.

중국은 2015년 베이징과 광저우, 상하이 등에 지식재산법원을 설립하고, 장기 목표인 `국가지식재산권 전략 심화실시 행동계획(2014-2020)`을 발표했다. 또 싱가포르는 2010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중재조정센터를 유치했고, 2013년 `IP 허브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IP허브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싱가포르 계획에 따르면 IP를 국제적으로 관리·거래하는 IP 거점 형성, IP 서비스·인프라 구축, 신속·효과적인 IP 분쟁해결체계 구축 등이 전략적 목표다. 싱가포르의 언어적 이점과 낮은 법인세율 등 친기업 환경을 활용해 IP 거래 및 분쟁해결 중심으로 나서겠다는 취지다.

한편 한국의 준비상황과 현실인식은 타당한지 의문이다.

여러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단적인 예로 IP 허브 코트(법원)를 만든다는 목표를 살펴보자. 특허소송은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한 자에게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이때 특허권자는 소송을 어디서 진행할지 결정한다. 특허권자는 일반적으로 1)특허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지 2)소송 시간과 비용은 얼마가 될지 3)내 특허가 무효가 될 가능성은 얼마인지 4)승소하면 침해자 침해행위를 중지하고 손해액을 얼마나 받을지 등을 고려한다.

2015년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이 가장 많이 접수된 법원은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이다. 텍사스 동부지법은 소송기간과 원고 승소율 및 손해액 인정 중간값이 각각 2.3년, 54%, 940만달러(약 110억원)다. 다른 법원과 비교하면 소송기간은 5번째로 짧고, 승소율은 1위이며, 손해액 인정 규모는 4위다. 손해액이 가장 많은 법원인 텍사스 남부지방법원은 소송기간은 2년으로 짧지만, 특허권자 승소율이 21%로 낮다. 승소율이 두 번째(52%)인 플로리다 중부지방법원은 손해액 인정 중간값이 22만달러(약 2억6000만원)로 현저히 낮다. 결국 특허권자는 다른 이유보다 승소율이 높고, 손해액을 많이 인정하며, 소송기간이 길지 않은 법원을 선호한다.

이러한 경향을 감안하면 우리 법원이 IP 소송 허브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 손해액을 인정하는 법리는 먼저 원고인 특허권자가 손해 본 금액(일실이익)을 산정하는데, 일실이익 산정이 어려우면 통상 받을 수 있는 실시료 상당액이 된다. 두 가지 모두 시장규모에서 한국이 중국이나 미국보다 특허권자 입장에서 불리하다. 우리가 손해액을 증액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다고 해도 시장 자체 한계로 손해액을 많이 인정받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고 특허권자 승소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특허무효율을 낮출 수 있을까.

특허제도의 존재이유는 `적절한` 특허권자 보호를 통해 산업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말 그대로 `적절한` 보호이지 `과도한` 또는 `무조건적인` 보호가 아니다. 과도한 특허권자 보호는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 벼룩을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원 문제를 예로 들었지만, 결국 IP 허브국가 추진이 막연한 환상과 실현가능성이 낮은 구호로 달성되지 않는다는 점은 자명하다. IP 허브 국가를 추진하는 중국이나 싱가포르, 일본 등에 비해 우리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 현실을 직시하고 분석해 방향을 정한 뒤 이를 국가 어젠다로 정하고 통합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있지만, 지식재산 정책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을 하는지는 의문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틀을 강화하거나, 대안적 기구를 창설하는 등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IP 현장 및 전문가,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고 큰 그림의 전략을 수립하고 일관되게 추진하고 조정할 틀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1년이 멀다하고 개정되지만, 중국은 제4차 특허법 개정을 위해 2011년 개정에 착수, 2012년 초안 확정 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다양하게 거치고 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법률 개정이 완료되지 않았다. 먼 걸음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남발되는 구호는 뒤로 하고, 실현 가능한 IP 소송제도를 정비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총괄적인 IP허브국가 청사진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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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bwpark@hit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