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전기자동차 충전소 곳당 전기차 수가 12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당 1514대에 이르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전기차 충전소가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더딘 전기차 보급에 따른 `착시 현상`이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내연기관차 대비 숫자만 놓고 충전기 보급 성과를 따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네트워크 기반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1기 이상 완·급속충전기와 주차면을 둔 전국 공용 전기차 충전소와 주유소(LPG 충전소 포함) 수는 각각 849개, 1만3856개로 조사됐다.
전국 전기차 보급 수는 1만528대로 충전소당 평균 12대를 소화했다. 반면에 내연기관차는 2098만4118대로 주유소당 1514대를 대응하는 셈이다. 주유소가 전기차 충전소보다 127배나 많은 차를 소화해야 한다.
충전소가 담당해야 할 전기차 대수가 이처럼 낮은 것은 충전기 자체가 많이 깔려서라기보다 더딘 전기차 보급률이 직접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작된 2013년 이후 4년이 지났지만 현재 전국 전기차 수는 1만대를 겨우 넘겼을 뿐이다. 그것도 2015년과 2016년 2년 동안 집중적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충전소 곳당 전기차 12대가 쓴다는 단순 비율만 갖고 정책 측면으로 오인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부처의 정책 의지로는 이미 지난해 말까지 2만대 이상 전기차가 보급돼야 했지만 실제 보급은 절반에 그쳤다”면서 “충전소 한 곳이 담당하는 전기차 수가 미국, 노르웨이 등 전기차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해서 충전소 보급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지금은 전기차를 타는 사람이 여전히 소수여서 충전소 이용과 충전 시간이 큰 문제가 아니지만 티핑포인트가 오는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충전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오인하지 않기를 당부했다.
일부 민간 충전업계는 충전소 구축비용과 이용료 등 수익을 맞출 수 없는 구조 개선의 목소리도 냈다. 한 충전서비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차 잠재 수요도 고려해야겠지만 전기차 충전소 소재나 비율 등도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충전서비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시장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내연기관차·주유소 수는 2016년 10월 기준(국토부, 오피넷), 전기차·충전소는 2016년 12월말 기준(환경부, 환경공단)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주유·충전소 규모 비교 (자료 에너지경제연구원)>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