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물류 혁신, IoT로 기반 만들자

김영수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 컨설팅담당
김영수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 컨설팅담당

새해 벽두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박람회(CES)발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매섭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로봇과 사물인터넷(IoT)이 모든 제품과 산업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사람들은 이런 흐름이 각자가 속한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 반 불안 반 심정이다.

물류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수년 전에 아마존, 구글, 우버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 물류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물류는 과거 전통 산업 이미지를 벗고 미래 첨단 기술 산업으로 거듭났다. 많은 젊은이가 물류에 장래를 걸고 있다.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에 드론이나 로봇이 택배물 배달을 하고 무인화 물류센터와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금이 4차 산업혁명이 만들 물류의 미래와 현실 차이가 가장 큰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려한 비전을 뒤로 하고 현장으로 눈길을 돌리면 만만치 않은 현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물류는 IoT가 가장 꽃피워야 할 분야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택배 배송 정보를 확인한다. 모든 수·배송 화물과 운송 차량이 당연히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최적화한 경로로 움직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기술 자체는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그러나 IoT 기반의 실시간 차량 및 화물 추적 서비스는 국내 제3자물류(3PL) 기업에 널리 적용되지 않는다. 복잡한 화물차 주선 구조, 영세한 운송 사업자, 업계 표준의 정비 및 준수 미흡, 과당 경쟁에 따른 협력 부재, 시장 참여자 이해 부족 등이 복합 작용하기 때문이다.

[ET단상]물류 혁신, IoT로 기반 만들자

혹자는 차량 위치 추적은 미국, 중국 등 국토가 넓은 국가나 치안이 매우 불안한 나라에서나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이동 시간이 짧은 한국에서는 큰 실익이 없다고도 한다. 이는 IoT와 빅데이터 가치의 파급력에 관한 이해 부족이다.

IoT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류 현장에서 실시간 가시성 제공에 기본 의미가 있다. 이런 정보를 장기 축적한 빅데이터의 잠재 가치는 훨씬 크다.

육송 물류 서비스 관점에서 한 사업자가 하루 기준으로 특정 종류 차량 몇 대가 어떤 화물을 얼마나 싣고 몇 시에 어디에서 어디로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손바닥 보듯 알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시간대, 일자, 요일, 계절에 따른 변동까지 파악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물류 혁심의 핵심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는 이런 정보는 IoT와 연계하지 않으면 축적하기 어렵다. CJ대한통운은 현재 통합 배차, 실시간 화물·차량 매칭, 수·배송 경로 최적화 및 실시간 관제 등에 관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솔루션은 이미 현장에 적용했다. 물류 수·배송 영역에서 혁신 프로세스와 서비스가 나올 날이 멀지 않았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교통카드가 만들어 낸 새로운 가치를 생각하자. 이 같은 정보들을 산업 전반으로 공유·활용할 수 있다면 기존의 화물 정보망을 뛰어 넘는 공유경제 기반 물류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진정한 물류혁명이 나타날 것이다.
CES가 보여준 미래는 우리에게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질 변화는 최신 기술을 현장에 하나 하나 뿌리내리게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CES에서 높아진 4차 산업혁명 관심이 물류 현장에서 혁신을 일구는 실제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국토교통부와 CJ대한통운이 보급하고 있는 친환경 전기 택배카트
 자료:전자신문DB
국토교통부와 CJ대한통운이 보급하고 있는 친환경 전기 택배카트 자료:전자신문DB

김영수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 컨설팅담당 ysyoungsoo.kim@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