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콘코리아2017] 홍성주 SK하이닉스 부사장 “반도체 미세화 도전과제 극복 가능”

세미콘코리아2017에서 기조강연하는 홍성주_SK하이닉스부사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세미콘코리아2017에서 기조강연하는 홍성주_SK하이닉스부사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홍성주 SK하이닉스 미래기술원장(부사장)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17 기조연설에서 “미세화로 대변되는 반도체 혁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홍 부사장은 “현재 반도체 미세화 작업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결국 해낼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를 갖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사장은 물리학 박사로 현대전자 시절 입사해 하이닉스 반도체연구소 소자그룹장, 연구소장, D램개발본부장을 역임한 SK하이닉스 내 R&D 전문가다.

그는 “극자외선(EUV) 노광 시스템은 독특한 광원 특성과 이로 인한 광학계의 전면 교체 필요성으로 한 때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면서 “원래 계획보다 많이 지연되긴 했지만 최근 양산 라인 도입이 결정될 만큼 성능 개선을 이룬 것을 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성주 SK하이닉스 부사장이 세미콘코리아2017에서 "반도체 미세화는 극복 가능한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홍성주 SK하이닉스 부사장이 세미콘코리아2017에서 "반도체 미세화는 극복 가능한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홍 부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반도체 업계가 이룬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쇼클리, 바딘, 브래튼이 1947년 개발한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기술 근간이 됐다. 1958년 잭 킬비의 집적회로(IC), 1960년 강대원 박사의 모스펫(MOSFET) 개발은 산업 발전 기틀을 마련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들 요소 기술을 바탕으로 1966년 IBM이 D램을, 1971년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를, 1987년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는 1965년 “2년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두 배씩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른바 `무어의 이론`이다. 이 이론은 최근까지도 이어지며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지금 반도체 칩 산업 규모는 연간 3000억달러(약 350조원)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고든 무어는 미세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고 다녔다. 홍 부사장은 “미세화가 순조롭게 진행돼 온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마다 기술 혁신을 이뤄 해결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1970~1990년대 이뤄진 대표적 공정 혁신 사례는 건식(Dry) 식각(Etch)과 불순물 주입(Ion Implantation), 웨이퍼 화학기계적연마(CMP) 기술이었다. 식각은 노광으로 새겨진 패턴을 깎아내는 공정이다. 초창기 습식(Wet) 식각 공정이 주로 활용됐으나 1980년대 플라즈마를 이용한 건식 식각 공정이 정착되며 좁아진 선폭, 높은 패턴 종횡비(High Aspect Ratio)를 소화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에 불순물을 주입하는 공정은 과거에는 `확산`에 의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정밀도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반도체 업계는 전기장으로 가속된 이온을 고체와 충돌시키는 방법으로 불순물을 정밀 주입하는 이온 임플란트 공정을 개발해 이를 극복했다. 평탄화 공정인 CMP는 첫 도입 당시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미세입자(파티클) 제어가 생명인 반도체 집적 공정에 기계적 연마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 여겼다. 현재 CMP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공정으로 평가받는다.

참석자가 세미콘코리아2017 기조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참석자가 세미콘코리아2017 기조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지금 반도체 칩 양산 라인에 도입돼 활용되고 있는 액침(Immersion) 불화아르곤(ArF) 노광 기술은 혁신 상징이다. EUV 기술 개발이 지연되자 업계는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물을 넣는 방식으로 노광 장비 해상력을 높였다. 물로 빛 굴절률을 높이고 파장은 줄이는 원리다. 홍 부사장은 “액침 ArF 노광 기술이야 말로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나온 진정한 혁신 기술”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런 혁신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UV와 함께 DSA(Directed Self-Assembly)와 나노임프린트 또한 차세대 패터닝 기술로 관심을 받고 있다. DSA는 블록(Block) 공중합체(共重合體, copolymer)를 저항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자기 조립으로 미세한 나노 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 나노 임프린트는 나노 패턴이 각인된 스탬프로 마치 도장을 찍듯 웨이퍼 위에 나노 패턴을 전사하는 기술 방식이다.

홍 부사장은 미세화된 D램 전류 누설을 막기 위해 새로운 고유전(하이-K) 특성 물질 개발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들 물질을 원자층 수준으로 얇게 증착하는 원자층증착(ALD) 장비도 속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3D 낸드플래시는 적층 수 확대를 위해 보다 깊이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식각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 부사장은 “지금보다 더 엄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R&D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생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통계 자료를 빅데이터화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