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예견된 지상파 UHD 본방송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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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예견된 지상파 UHD 본방송 연기

2월로 예정된 지상파방송사의 초고화질(UHD) 본방송 연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700㎒ 대역 황금 주파수를 받기 위한 지상파 방송3사의 무리한 일정과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든 결과물이다.

◇2월 본방송 시작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강행한 지상파 방송3사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2015년 7월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를 UHD용으로 분배받았다. 당시 2017년 2월 UHD 본방송을 문제없이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이후 UHD 본방송 준비에 미흡했다.

방송장비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UHD 방송장비의 예상치 못한 오류 때문에 점검 기간이 필요하다며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2월 UHD 본방송 시기를 결정할 때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는 이미 예상했다. 국내 UHD 표준으로 유력하던 ATSC 3.0 미국 표준이 2017년 상반기 이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식 표준이 나온 이후에야 많은 장비가 출시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장비 불안정성에 대비했어야 했다.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은 15일 “지상파 방송사가 UHD 방송장비가 시제품 수준이라며 연기를 요청했다”면서 “UHD 본방송 세계 최초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어려움을 겪는 게 당연하다”며 지상파 방송사의 준비 소홀을 비판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본방송 허가를 받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해 11월 방통위에 본방송 허가를 받을 때 올 2월부터 차질 없이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가를 받고 난 뒤 한 달 만에 9월로 연기를 요청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심사 때 지상파 방송3사 기술 담당 임원은 모두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허가만을 받기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한 방송사에도 책임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통위의 질책뿐만 아니라 약속 파기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수세 자세를 견지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세계 최초로 국산 장비 업체와 시스템을 구성하다 보니 당초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발생했다는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상파 UHD 본방송으로 국산 UHD 방송 장비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장밋빛 청사진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대로 점검 못한 방통위

방통위와 미래부는 UHD 본방송 연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 공동 자산인 주파수를 무상으로 할당해 주고, 정부는 UHD 본방송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방통위·미래부는 합의 아래 2월로 UHD 본방송 개시 시기를 결정했다. 이후 개시 시점에 문제가 있다는 지상파 방송사 내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고 위원은 “허가 심사 과정에서 문제점을 철저히 보지 못한 방통위와 책임감 없는 방송사가 모두 잘못했다”며 양쪽으로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피해는 시청자에게 전가된다. 5월 UHD 방송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볼 수 있는 가구는 소수다.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가 5%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직접 수신 가구가 영세하기 때문에 이들 가운데 UHD TV가 있는 이는 극소수에 해당한다.

외산이나 중소 UHD TV를 갖춘 가구도 지상파 UHD 본방송을 볼 수 없다. 범용 컨버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판매된 UHD TV는 유럽식 표준을 따른다.

지상파 UHD 본방송은 미국식 표준을 채택했기 때문에 컨버터 없이 시청할 수 없다. 미래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범용 컨버터 제조 설득에 실패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사 유럽식 UHD TV만 호환되는 컨버터를 판매할 계획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외산이나 중소 유럽식 UHD TV와 호환되는 컨버터를 만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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