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美 금리인상 시사에도 증시 평온 유지

새해 들어 박스권을 맴돌고 있는 증시가 전날 터진 대북 리스크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라는 겹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15일 증시는 전날 저녁 전해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소식에도 차분함을 유지했다. 일부 방위산업주가 상승세를 탔지만 오름폭은 제한적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은 지난 일요일 북한이 고체연료를 탑재한 북극성2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한지 이틀 만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자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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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증시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다. 장 초반 반짝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사라진 만큼 김정남 피살이 우리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 미사일 발사가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를 더 악화시키는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대북 리스크가 잠잠했다면 대미 리스크는 상승장을 가로막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상반기 통화정책청문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앞으로 있을 (통화정책) 회의에서 고용과 물가상승이 예상대로 진전될 경우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의 추가 조정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긴축을 너무 기다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후 금리를 급하게 인상시켜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가올 회의에서 경기가 계속해서 예상대로 전개된다면 추가적인 금리조정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옐런의 이 같은 발언은 금리인상 시점이나 인상 기준을 못박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은 이르면 3월에도 금리 인상이 가능함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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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한지 얼마 안돼 나온 발언이라 시장 충격은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3월 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상반기에 3월과 5월, 6월 세차례 남은 FOMC 가운데 기자회견과 경제전망 발표가 예정된 두차례(3·6월)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코앞에 닥친 3월보다 6월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옐런의 발언이 다소 매파적이나, 이는 새로운 말은 아니고 기존에도 몇 차례 했던 발언과 일치한다”면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너무 낮게 보는 시장과 위험자산 확대에 긴장감을 줄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고 금리인상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주가 강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증시는 외국인 매도세가 둔화된 가운데 기관이 나흘째 매수에 나서며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