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유해화학물질 특허심사 무방비..20년간 2만건 출원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 특허 심사가 무방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여년간 유독·금지물질을 활용한 특허 출원(신청)은 2만3692건이지만, 이 가운데 공중 위생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특허 등록이 거절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인천부평갑)은 특허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금지물질을 활용한 특허 출원이 20여년간(1997년~2016년 10월) 2만3692건이라고 15일 밝혔다. 유독물질은 2만3469건, 금지물질은 223건이다. 화학물질이 들어가는 생명공학, 의약·화장품, 유무기화합물, 고분자 관련 전체 특허 출원 29만2145건의 8.1%에 달하는 규모다.

화학물질관리법은 유해하거나 위해한 화학물질을 △유독 △허가 △제한 △금지 △사고대비 물질 등으로 구분하고, 유해성에 따라 △제조 △수입 △판매 △보관·저장 △운반·사용 등을 단계별로 제한한다. 유독물질 제조·판매는 환경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금지물질 사용은 시험 또는 연구·검사용에만 제한하는 등 화학물질은 엄격히 관리한다.

특허법 32조(특허를 받을 수 없는 발명)에도 공중 위생을 해치는 발명은 특허 등록을 거절하도록 돼있지만 유해화학물질 심사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20여년간 특허법 32조에 따라 특허 등록이 거절된 사례 30건 모두 식품(24건)과 생명공학(6건) 등 유해화학물질과는 무관했다.

2006년 10월 두산이 금지물질인 `벤지딘`으로 특허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허청은 당시 위해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화장품·음료 용기에 사용하는 벤지딘화합물 제조방법을 특허로 등록했다. 정 의원실은 “2006년 초 벤지딘이 췌장암·방광암 유발 가능성이 있어 금지물질로 지정됐기 때문에 특허 등록을 거절해야 했다”고 밝혔다.

2008년에는 덴마크 기업의 `디메토에이트` 제조법이 특허로 등록됐다. 맹독성 농약성분으로 몸 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암 유발 위험이 있어 2006년 환경부가 금지물질로 지정했지만 특허가 부여됐다. 이외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원료물질인 PHMG·PGH·CMIT·MIT 관련 특허 출원 1207건 중 569건도 등록됐다. 옥시싹싹을 개발해 판매한 SK케미칼의 CMIT·MIT 살균제 특허 출원도 101건이다.

정유섭 의원은 “화학물질을 특허로 출원하면 심사 과정에서 유해성·위해성과 관련해 환경부 등 관계기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유해·화학물질 특허심사를 강화하도록 특허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