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 차분히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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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1980년에 발간한 `제3 물결`에서 “이 책의 내용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가 다름 아닌 범세계 혁명, 즉 역사상의 일대 약진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며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시대가 실현됨을 선언했다. 지금 다시 읽어도 명저다.

15년이 흘러 1995년 루이스 거스너 IBM 회장은 `e비즈니스`를 제창하면서 전사 차원에서 업무 방향을 바꾸고, 5억 달러를 들여 홍보하는 등 세계 경제에 e비즈니스 시대를 알렸다. 이즈음 아마존, 구글 등이 탄생했다.

2000년대에는 세계가 `유비쿼터스 컴퓨팅·네트워크`로 떠들썩했다. 일본 노무라총합연구소가 2011년 12월에 출판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시장 창조`는 유비쿼터스 효과로 인한 순수 생산액 증가를 58조엔으로 예측했다. 생산액 기준 유비쿼터스로 인한 신규 창출이 72조엔에 이르지만 마이너스가 되는 산업도 14조엔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먹구구로 계산해서 약 140조원 규모의 기존 산업 일자리가 일본에서 없어진다고 봤다. 일본이 세계 경제 규모의 약 6%를 차지하니 전 세계로는 2300조원 규모의 기존 산업(일자리)이 없어진다고 예측한 것이다.

지난해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선언했다. 또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710만개 일자리가 없어지고 200만개가 새로 생겨나 결국 510여만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자리 하나당 연봉 5000만원(미국 2015년 연평균 임금 4만8320달러 기준)으로 어림잡으면 세계에서 앞으로 4년 동안 약 250조원 규모의 고용 시장이 사라지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규모의 1.9%를 차지하는 만큼 약 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전국 사업체 종사자 수가 2000만명 정도이니 약 0.5%의 일자리에 해당한다. 이 숫자가 과연 그렇게 두려워하고 걱정할 수준인가.

산업 생산액과 고용 시장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약간 논리에 비약이 있겠지만 15년 전 유비쿼터스 시대엔 혁명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서도 사라질 산업의 규모를 훨씬 더 크게 예측했다.

일자리 문제에 관한 긍정 전망도 있다. 지난해 8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현안 보고서 `미래 일자리의 금맥(金脈), 소프트웨어`를 살펴보면 소프트웨어(SW) 혁신으로 발생할 미래 유망 분야로 스마트 자동차, 가상현실(VR), 3차원 인쇄(3D 프린팅),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았다. 이 5개 분야와 연관 산업 분야를 합해 2020년까지 약 14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장밋빛 예측대로 실현되면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걱정되는 일자리 감소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주된 적용 분야인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면서 더 좋은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더라도 그 수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 예측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농업이나 수산업에 해당하는 제1차 산업을 신기술 융합으로 혁신시켜서 쾌적한 환경의 일자리를 만들고, 서비스 산업도 고도화해 일자리를 더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자리는 꼭 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보통 일자리다. 2015년 대한민국 1773만 연말정산 근로자의 평균 연봉 3250만원을 조금 웃도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대안이다.

이제 와서 지난 40년을 다시 평가해 보니 제3 물결은 혁명으로 증명됐고, e비즈니스는 혁명은 아니었지만 인류 역사에 분명한 한 획을 그었다. 반면에 유비쿼터스는 호들갑만 떤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4차 산업혁명을 10년 후에 우리가 어떻게 평가할지 몹시 궁금하다.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joonkim@spr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