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지능정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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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지능정보사회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 관점에서 파악된다. 규범과 제도도 다르지 않다. 도덕 규범은 인간을 도덕 주체로 보고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른가를 고민한다. 법 규범도 존엄성을 근거로 인간을 권리 주체로 보고 나머지 존재와 현상은 권리 객체로 치부한다.

인간 본위의 규범 체계에서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계족의 행위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영화에서 악의 상징 `메가트론`을 비롯한 `디셉티콘`은 시카고를 파괴한다. 메가트론의 행위는 윤리에 어긋나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가. 메가트론이 빌딩 주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거나 운전자를 과실 치사한 혐의로 형사 입건될 수 있는가.

현재의 규범 체계는 메가트론을 도덕 행위의 주체나 법의 권리 행사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메가트론에게 윤리를 적용한 비난을 가하거나 법을 적용한 손해배상, 과실치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로 영화 속 선의 상징인 `옵티머스 프라임`도 도덕 및 법의 행위 주체로 인정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규범 체계는 기계족을 도덕 및 법 행사 주체로 포섭해야 하는가.

지금 정보통신기술(ICT)을 필두로 과학과 기술은 비약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트랜스포머에는 못 미치지만 제한된 공간이나 범위 내에서 자율성을 충분히 갖춘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도로 위 자율주행자동차가 대표 사례다. 4단계 자율주행차는 목적지가 입력되면 도로 위에서 주행과 관련한 완전한 자율성을 지닌다. 스스로 교통 규칙을 준수하며 목적지에 도착한다. 자율주행차는 주행에 관한 한 인간과 동일한 자율성으로 주행 임무를 완수한다.

이때 제기되는 한 가지 문제는 로봇을 규범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다. 여전히 자기반성 능력이 결여된 자율주행차에 윤리 주체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행에 관한 한` 자율주행차와 사람의 운전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 자율주행차가 인간 운전면허 수준에 해당하는 적법한 주행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적어도 법률로는 `운전자`로 의제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

점차 진화할 로봇의 제한된 자율성을 어느 정도로, 어떻게 인간 행위로 인정할 것인가. 앞으로 다가올 지능정보사회에서 법학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비슷한 현상은 무수히 발견된다. 구글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처럼 사람과 기계가 경쟁한다. 케어로봇은 노약자나 환자 등 사람을 돌본다. 금융투자 상품이나 법률문제 자문에 응하는 로보어드바이저 AI 변호사, 그림을 그리고 작곡하는 AI 화가와 작가 등도 해당된다.

이들의 경쟁이나 돌보는 행위, 자문이나 창작 행위를 인간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 본위의 규범을 만들면서 살아 왔다. 지금부터는 AI 존재를 인정하고 인간처럼 옳고 그름을 고민하는 `윤리` AI를 탄생시키고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 정부도 이러한 전환기에 발맞추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규범과 제도 재정립을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

지능정보 기술이 야기할 사회 전반의 변혁 물결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 `사람을 위한` 지능정보사회 실현을 위해 앞으로 나타날 법 및 윤리 문제에 정부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와 제도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이중기 홍익대 법대 학장 choongke@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