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한달만의 재영장 심사…긴박했던 29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한달만의 재영장 심사…긴박했던 29일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특검 행보는 영장재청구에 집중됐다. 법원 기각결정 직후 유감표명과 함께 영장재발부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29일간 행보는 이 부회장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법원은 특검이 제기한 이 부회장의 박 대통령 및 최순실 씨에 대한 430억원대 뇌물공여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간의 뇌물수수 및 공모,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정치적 강요에 의한 것일 뿐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뇌물죄 적용을 위한 특검 수사는 계속됐다. 오히려 이 부회장 주변으로 스펙트럼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된 바로 다음날 특검은 황성수 대한승마협회 부회장 겸 삼성전자 전무를 소환 조사한다. 이 부회장과 최씨의 관계를 더 파헤치기 위함이었다. 이후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팀장(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조사를 받았다.

1월 26일 특검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을 확보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특히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삼성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다수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월로 들어서면서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꺼냈다. 이와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기습 압수수색을 벌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8일에는 전·현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소환 조사를 받았고 9일에는 최 씨가 처음으로 특검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특검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소환하는 등 미래전략실을 타깃으로 한 조사는 계속됐다. 전반적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부정청탁과 뇌물 관련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한 모습이다.

13일에는 이 부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했고, 이 부회장은 이날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4일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부문 사장(대한승마협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지난달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이후 확보한 안 전 수석 수첩 39권,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 차명폰 통화내역 등을 이 부회장 뇌물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청문회 위증까지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