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기차 다쓴 배터리 재활용 추진…가로등·양식장에 쓴다

원희룡 제주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부산 지역에 전신주를 이용해 한국전력공사 전기차가 충전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 전신주를 이용해 한국전력공사 전기차가 충전하고 있다.

제주도가 전기차 중고·폐 배터리 재활용(리사이클)에 나선다. 전기차 동력원으로 쓴 중고·폐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다시 쓰기가 우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탄소없는 섬(Carbon-free Island)` 비전에 따라 전기차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급해온 지자체로서 중고·폐 배터리 리사이클도 선도적으로 벌이겠다는 원희룡 지사 의지가 담겼다.

수년 내 전기차 보급 초기 모델의 배터리 연한이 돌아오는 만큼 중앙정부나 다른 지자체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기차 중고·폐 배터리 재활용사업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완성차 업체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새 배터리 교환비용을 줄이기 위해 ESS 같은 자체 활용사업을 준비 중인 것과 달리 제주지역 내 배터리 수거부터 활용처까지 마련하는 전방위 사업을 그리고 있다.

정부·지자체 보조금으로 구입한 전기차는 배터리가 사실상 해당 지자체 소유다. 이 때문에 수거 뿐 아니라 활용 등 사업적 접근도 비교적 용이하다.

제주는 4월까지 구체 운영 계획을 수립한 뒤 이르면 상반기 내 폐배터리 재활용센터 구축에 나선다. 국비 20억원과 도비 48억원 등 총 189억원을 투입하는 예산 구성도 마친 상태다.

이 센터는 제주 지역에서 수거된 중고·폐 배터리 충·방전 효율과 수명 등 분석을 거쳐 잔존가치를 산정한 뒤 성능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연계형 ESS나 독립형 ESS로 우선 활용할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폐배터리 재활용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뿐 아니라, 도민의 지속적인 전기차 이용·구매 환경과 함께 `탄소 없는 섬` 실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폐배터리의) 거창한 활용처가 아니라 당장 활용이 가능한 가로등이나 양식장, 농업시설부터 수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잔존가치나 성능에 따라 배전망 연계 없이도 독립운전이 가능한 곳부터 풍력·태양광발전기 연계용 등 고성능 ESS까지 널리 수요처를 확보할 방침이다.

원 지사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성공 모델을 만들어 육지에서 나오는 전기차 배터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산업과 시장까지 창출하고 싶다”며 “전기택시 등이 부담 없이 배터리를 교환해 지속적인 전기차 이용이 가능하도록 새 배터리 교환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