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악재는 증시의 악재…장기화 가능성은 낮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난 증시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 시행 기대감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에 반해 우리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지속하고 있어 미국과 탈동조화(디커플링)에 따른 증시 불안도 예상된다.

삼성의 악재는 증시의 악재…장기화 가능성은 낮아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번주 SK그룹과 롯데그룹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경우 시장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워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에서 삼성그룹은 전체 시가총액 30%를 차지해 삼성의 악재가 증시의 악재가 되는 구조다. 실제로 17일 삼성그룹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시총이 2조2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은 삼성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삼성그룹주의 약세가 기업 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은 경우라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란 낙관론이 많다는 것은 위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 수사가 이미 오랜 기간 이어져온 데다 구속 가능성도 심심찮게 거론돼 총수가 빠진다고 기업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도체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스마트폰사업도 정상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투자심리 위축 장기화는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도 이 부회장 구속을 악재로만 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친화 정책이 본격화된다면 오히려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그룹 총수가 구속되더라도 증시나 주가에 큰 영향은 없었다”며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이슈로 주가가 오른 측면이 커 위험요인이 될 수 있으나 장중 악재 정도로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과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SK와 롯데그룹에도 비상이 걸렸지만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된다.

롯데그룹은 17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 5.5%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수사라는 악재와 별개로 주가 상승 가능성도 열렸다. 매각자금을 계열사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경우 형제 간 지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