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5>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책 실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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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졌다” “해고다” “망했다”. 실패를 표현하는 우울한 말들이다. 산업, 개인, 정책을 막론하고 실패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특히 정책 실패는 입안자에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장애가 된다.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하려고 무리수를 두는 이유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에서는 정책 구현의 라이프 사이클이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짧아져서 실패해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또 정책 대부분은 다양하고 복잡해져서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 논리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정책 실패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때다.

물론 실패를 자인하고 철저한 원인과 과정을 분석, 성장통으로 승화시키려는 개인의 책임과 노력은 중요하다. 실패를 감추려는 노력은 더 큰 피해를 야기하고, 잘못하면 자기 합리화에 심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책임에 앞서 정책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 정부 수립 후 60년을 지탱해 온 현재의 처벌 중심 환경에서는 어떠한 리더도 미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새로운 시대에는 “실패해도 상관없어! 많이 배웠다” “다음에는 두 배로 갚아 주지”라는 생각으로 미래 지향의 창의 정책이 활성화돼야 한다.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만들기 위해 우선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결과를 `성공이냐 실패냐`라는 이분법 논리로 판단하지 않도록 제도를 혁신하고, 실패 중심으로 감사하는 행위와 제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감사가 걸림돌로 작용해 정책의 자율성을 훼손시킨다면 정책 감사를 전면 폐지하고, 그 대신 평가제도 활성화를 고려할 수도 있다. 감사를 범죄 수준의 행위에 국한시키고, 반복되는 실패가 아니라면 용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 정책의 부재를 탓하기 전에 평가 제도를 다양화하고 현실화,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의 정책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이제는 정부의 신바람 나는 창의 정책 수립과 시행으로 국민이 함께 신바람 나는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정책 입안자의 인사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디지털 거버넌스의 특징은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실패의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처벌 중심 인사`를 지양하고 `성과 중심 인사` 제도를 우선 채택해야 함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등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사회와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변신하는 `사람`이 성공의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특히 스마트 기계를 통제할 수 있는 `더 스마트`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기계는 판단의 오차가 미세하지만 사람의 판단은 성공과 실패를 가름할 만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성과 투명성 강조도 중요하지만 인사제도를 성과 지향의 전문성 우선으로 개선하는 것도 못지않게 시급하다.

미래는 상상과 예측을 바탕으로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특히 정책 입안과 실천을 위해서는 `창의 사고와 경험`은 절대 필요하다. 이제는 정책의 실패를 성공을 위한 성장통으로 승화시켜서 4차 산업혁명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노하우를 창출해야 한다. 평가도 인사도 옛것은 과감히 벗고 새로운 옷을 입어야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올해는 이러한 변화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