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자율주행차와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ET단상]자율주행차와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최근 모터쇼나 전자쇼에서 전시되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콘셉트 카들을 살펴보면 스위치 입력 장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스티어링 휠이 없는 차도 있다. 음성 인식 기능이 완벽하게 구현되고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면 스위치는 필요가 없어진다. 자동차에 탑승해 목적지만 말하면 그곳에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의 완벽한 도구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HMI의 기본 요소는 스위치다.

자동차 개발 초기에 스위치는 시동, 헤드램프, 와이퍼, 라디오 등을 움직이게 하는 기본 기능에 충실한 기계 스위치로 구성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동차 기능이 복잡해지고 편의 사양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스위치 종류가 증가했고, 기능 또한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중·대형차에 들어가는 전자제어장치(ECU)가 100여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ECU를 제어하기 위한 제반 입력 장치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복잡한 매뉴얼을 숙지해야 스위치를 사용할 수 있다.

스위치가 많아지면 개별 스위치와 ECU를 연결하는 배선 장치도 늘 수밖에 없다. 배선 장치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모듈에서 여러 개 입력 신호를 모아 한 개의 와이어로 보내는 통신 방식이 내장된 스위치로 발전하게 된다.

통신 내장 방식 스위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사용해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로 복잡한 통신을 구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와이어 수 대폭 절감과 ECU 입력 포트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연비 절감과 ECU 최적화를 고민하는 자동차업계는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이 스위치에 통신 기능이 탑재되면서 자동차 스위치는 ECU와 통신하면서 HW와 SW 기술이 필요한 전장 제품으로 성격이 변화했다. 불량 요인 또한 기존 접점 불량에서 HW 불량, SW 통신 애러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게 되면서 스위치 제조업체는 전장 제품의 신뢰성 검증과 확보 능력 또한 필요하게 됐다.

미래 자동차에 HMI가 차지하는 부분은 단순한 명령 입력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 측면까지 고려, 자동차 내부 인테리어의 큰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기능으로는 운전자 맥박·혈압·혈당 등을 입력 받아 운전자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병원과 연결, 원격 진료까지도 가능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정밀 센서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운전자 뇌파를 분석해서 말하지 않아도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자동차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제어되는 시대가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 수단에서 벗어나 생활 공간이 된다. 식사하고 취침하며 휴식도 취하는 공간이 되며, 여러 가지 오락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람과 자동차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 교감을 갖도록 해야 할지가 바로 업계가 고민해야 하는 숙제다.

HMI는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테마를 선정, 자율주행차용 HM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운전자 행동 패턴이나 습관을 분석하는 등 음성 인식, 생체 인식 분야에서 정보기술(IT)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 HMI 제품은 다양한 기술이 융·복합돼야 하는 것으로, 한 업체만의 독자 개발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IT 업체가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국내외에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윈윈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래 자율주행차에서 기본인 주행 능력 외에 차별화할 포인트는 HMI가 될 것이며, 적용 기술에 따라 앞으로는 차량의 등급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석영 LS오토모티브 연구개발본부장 stoneno6950@lsautomot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