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최대 보건사업에 한국 `HIRA` 도입, 건보 도입 40주년 빛낸다

정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HIRA)을 바레인에 수출한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이 국제 표준으로 발돋움한다.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바레인 국가보건최고위원회(SCH)와 보건부 관계자가 우리나라를 방문, 심평원과 HIRA 도입에 관한 본 계약을 체결한다. 지난해 1월 양 기관이 협력 방안을 논의한 후 1년 2개월 만에 수출을 확정했다.

HIRA는 의료 서비스 평가, 심사 등 내용을 담은 국가 보건 지출 체계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켜서 의료서비스 평가·심사, 진료비 청구, 의약품 관리 등 전 영역을 자동화했다. 앞서 구축한 일본보다 생산성이 4배 이상 높다.

작년 10월 손명세 심평원 원장과 바레인 국가보건최고위원회 관계자가 건강보험시스템 도입을 위한 의향서 체결 후 기념 촬영했다.
작년 10월 손명세 심평원 원장과 바레인 국가보건최고위원회 관계자가 건강보험시스템 도입을 위한 의향서 체결 후 기념 촬영했다.

바레인은 국가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술과 시스템을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손명세 심평원장이 바레인을 방문, HIRA 도입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뒤 10월에 도입 의향서를 교환했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4월부터 사업에 착수한다.

국가의약품관리시스템, 국가건강보험정보시스템, 국가의료정보활용시스템 등 3개 분야를 구축한다. 사업 기간은 안정화 지원을 포함해 32개월이다. 공급 규모는 약 155억원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심평원 국제협력단 인력이 현지에 우선 파견된다.

황의동 심평원 개발상임 이사는 “지난해부터 심사, 전산 등 각 영역 전문가를 파견해 기본 조사는 모두 마쳤다”면서 “사업이 착수되면 심평원 직원 10명과 외부 인력이 HIRA 핵심 기능을 바레인 현지 제도, 운영 환경에 맞게 최적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바레인은 최근 국민의료비가 증가하면서 국가 보건의료 재정 부담이 크다. 바레인 정부는 보건지출 체계 효율화를 위해 HIRA에 승부수를 던졌다. `스하티-ICT` 프로젝트로 명명한 이번 사업에 바레인 정부가 투입하는 전체 자금은 250억원에 이른다.

심평원, 바레인 국가보건최고위원회 관계자가 HIRA 시스템 도입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심평원, 바레인 국가보건최고위원회 관계자가 HIRA 시스템 도입에 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는 건보제도 도입 40주년이 되는 해다. 바레인을 교두보로 주변 걸프 지역 국가들의 추가 공급도 기대된다. 바레인 정부와 주변국 수출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아시아, 미국 등 ICT 기반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이 국제 표준으로 발돋움하는 출발선이 된다.

보건 산업에도 밝은 영향을 미친다. 의료 서비스 심사·평가 체계를 기반으로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정보시스템 등 연관 산업 진출이 예상된다. 바레인 프로젝트에 필요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도 국내 IT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한다.

황 이사는 “2014년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이 700억원 규모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하며 의료정보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면서 “HIRA 수출은 보건, IT 서비스 등 주변 산업 파급 효과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