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칼럼]2017년,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생존 전략

[자동차 칼럼]2017년,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생존 전략

2017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새로운 어젠다에 의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국가 차원의 자율 주행 실증 사업이 대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는 자율 주행 가상 시험 도시를 운영했으며, 피츠버그에서는 자율 주행 택시가 시범 운영되고, 보스턴에서는 올해 자율 주행 버스를 시험 운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미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약 4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고, 유럽연합(EU) 역시 `드라이브 미(Drive Me)` 프로젝트 등을 통해 민간 공동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차 @게티이미지뱅크
자율차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새로운 자동차 산업 트렌드는 아시아도 예외일 수 없다. 이미 자동차 선진국의 하나로 불리는 일본은 혁신 전략 창조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30억엔을 지원하고 있다. 신흥 자동차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전기자동차 위주의 친환경차 보급을 추진하면서 2020년까지 버스 20만대, 택시 30만대, 승용차 430만대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대규모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어느 정도 수준이며, 문제점은 무엇인가.

전 세계 환경·안전 규제 강화와 소비자 편의 향상 니즈가 증가하면서 자동차의 친환경화, 스마트화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아직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더딘 데다 글로벌 선두 업체에 비해 기술 경쟁력도 다소 뒤처지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 주행 기술 대비 핵심 부품 기술은 80%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시스템 기술은 77.5% 정도로 기술 격차가 크다.

친환경차 ⓒ게티이미지뱅크
친환경차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소비자 선호에 맞는 다양한 모델과 신차를 출시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기술 경쟁력 강화 역시 대응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한다. 친환경차 개발 비용 절감, 자율주행차 국산화 등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해서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 또 자율주행차나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바로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속된 수요가 예상되는 내연 기관차의 연비와 효율을 개선하거나 배기가스 저감 등의 기술 역시 수준급으로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 대응 전략으로 전기·자율차, 충전기·배터리 등 신기술 표준화 및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것 역시 도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부분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도전 과제라고 한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도전 과제가 있다.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은 기술 전개 방향과 산업 여건 변화를 반영, 규제를 유연하게 운용한다. 미국은 2025년까지 장기 기준을 설정한 후 2022년 이후의 규제 적정성 여부를 중간 평가하는 등 기준의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고, EU는 2020년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중간 평가를 통해 기준을 유예하는 등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규제는 2020년 이산화탄소 기준 설정 때 국내 산업 및 시장 특성 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규제가 도입됐다. 또 자율주행차 등 신시장 출현을 가로막는 안전 규제 정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미국과 독일에서는 시속 10㎞ 이하 속도에서 운전자 조작이 가능하면 무인 주차가 허용되는 규정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도로교통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술 혁신과 신시장 창출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환경과 안전 규제를 운용해야 한다. 최적의 규제 정책 운용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회 등 구성 추진도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적절한 정부의 정책과 규제 역시 맞물려서 돌아가야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이를 위한 국가 컨트롤 타워 구축, 주요 정책의 액션 플랜 수립을 위한 위원회 발족 및 운영 등은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선도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발전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kimsoo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