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용로봇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 시급하다

산업용 로봇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능을 테스트하고 인증할 수 있는 전문 시험·인증 기관과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산업용 로봇 개발사는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 제품 성능 검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업계는 해외로 나가 테스트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한 시간과 비용 소모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용 로봇 개발사들은 “늘어나는 산업용 로봇 수요를 고스란히 외국 기업에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우수한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성능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 진출은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이미지.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이미지.

지난해 정부 지원 과제에 참여해 무인 이송 로봇을 개발한 A사는 “정부에 제출할 성능 테스트 결과 보고서를 대학에 의뢰,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정부 지원으로 새로운 로봇을 개발했지만 성능을 테스트하고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과 장비가 없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최신 델타 로봇과 협업 로봇을 개발한 O사는 공신력 있는 시험 인증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 회사 L대표는 “해외 시장은 인지도 높은 선진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개발한 제품 성능 테스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경쟁력이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측은 그동안에는 수요가 별로 없어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았고, 이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올해부터 시험·인증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1일 “올해 로봇산업진흥원 표준시험인증센터에 이동형 로봇과 첨단 제조로봇 시험·인증 인프라를 구축해 KS 인증을 시작하고 내년에 소셜 로봇, 2019년에는 안전 로봇으로 인증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은 지난해 1조원 규모에 달했다. 오는 2019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할 전망이다. 산업용 로봇 공급량은 2015년 3만8285대에서 지난해 4만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입은 2015년 1만2308대로 크게 증가한 반면에 수출은 6000대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기계·기계부품, 공장 자동화 기업까지 산업용 로봇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산업용 로봇 기업은 500여개에 이른다.

오토파워가 개발한 최신 협업로봇
오토파워가 개발한 최신 협업로봇

업계는 “정부가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 계획을 세웠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확한 예산도 배정되지 않았고, 필요한 장비조차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프라 구축 계획도 산업계 요구와는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즉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직 다관절 로봇, 델타 로봇, 협업 로봇 등 최신 산업용 로봇을 인증할 수 있는 전문 시험·인증 인프라가 필요한데 정부는 기본 인증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장명 부산대 전자공학부 교수(전 한국로봇학회장)는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토대다. 선진국은 글로벌 시험·인증 표준을 주도하며 자국의 산업용 로봇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산·학·관 협력으로 시험 인증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 장비 도입 및 장비 간 연계성 검토는 물론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