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 번역대결, 승자는? 속도는 기계, 정확도는 인간 번역이 앞서

`인간 대 인공지능 번역대결`이 21일 서울 능동 세종대학교에서 열렸다. 전문 번역사와 구글 번역기, 네이버 번역기, 시스트란 번역기가 즉석에서 번역 대결을 펼쳐 정확도 등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인간 대 인공지능 번역대결`이 21일 서울 능동 세종대학교에서 열렸다. 전문 번역사와 구글 번역기, 네이버 번역기, 시스트란 번역기가 즉석에서 번역 대결을 펼쳐 정확도 등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방식이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인간과 인공지능(AI) 번역 대결에서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속도는 AI가 월등히 앞서지만 인간 번역의 정확도와 정교함을 따라잡기는 아직 무리라는 평가다.

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국제통번역협회 주최로 `인간 대 인공지능의 번역대결`이 펼쳐졌다.

행사장에는 대결 시작 전부터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지난해 3월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에 비해 대중적 관심은 적지만 `AI와 인간 번역사`라는 새로운 대결에 이목이 집중됐다.

대결은 인간 번역사 네 명과 기계 번역기 총 3종(구글, 네이버 파파고, 시스트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번역 지문은 문학(영한/한영)과 비문학(영한/한영) 총 네 지문이다. 문제 출제진은 대결 시작에 앞서 “변별력을 주기 위해 상당히 어려운 지문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인간 번역사에게 지문이 우선 전달됐다. 전문 번역사들은 50분간 지문을 번역해 결과물을 제출했다. 인간 번역사는 번역 도중 인터넷 검색이 허용됐다. 프로급 전문 번역사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후 기계 번역이 시작됐다. 기계 번역은 김유석 시스트란 상무가 대표로 출제진으로부터 문제를 받아 구글, 네이버, 시스트란 번역 소프트웨어(SW)가 설치된 컴퓨터에 전달했다. USB에 담긴 지문을 번역기에 입력해 번역했다. 기계 번역기는 지문 내용을 입력한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번역을 마쳤다. 지문 네 개를 번역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한 시간 반가량 인간과 기계 간 번역 대결이 끝나고 채점이 진행됐다.

심사위원장은 곽중철 한국통번역협회장(한국외대 교수)이 맡았다. 협회 번역 전문가 2인이 심사했다. 심사 기준은 국제 통용 번역 기준과 국내 통번역대학원 기준을 바탕으로 6개 항목(항목당 5점)에 총 30점 만점이다.

기계 번역은 아직 미완성 단계다. 전문가들은 기계 번역과 인간 번역이 서로 약점을 보완하는 단계로 삼아야한다고 조언했다.

곽영일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기계 번역기가 완벽하다 해도 섬세한 부분인 관용어, 상용어 번역은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에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숙 세종사이버대 영어과학장은 “기계 번역기가 문학은 물론 비문학 분야에서도 저자 의도대로 전달하거나 감동을 줄 수는 없다”면서 “인간 감정을 읽는 SW가 개발돼도 기계 번역기가 이를 다루는 것은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익 국제통역번역협회장은 “대회를 계기로 인간 번역과 기계 번역 각각의 강점과 약점이 밝혀졌다”면서 “번역에서 기계와 인간이 각자 해야 할 역할과 영역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