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없어도 팔아라”…재고 모델 대폭 할인 나선 車 업계

자동차 업체들이 재고모델에 대해 `노마진`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일부 모델은 신차 가격의 30% 이상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업체들은 연초 대폭 할인으로 고객 수요도 끌어내고 재고소진도 하는 `일석이조`를 노린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할인으로 차량 가치하락에 따른 중고차 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피아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500X` 김동욱 기자 gphoto@etnews.com
피아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500X` 김동욱 기자 gphoto@etnews.com

22일 업계에 따르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코리아는 이달 초 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 `500X`를 최대 1200만원 할인 판매에 나섰다. 500X 가격은 기존 2990만~3980만원에서 2000만~28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할인으로 고객은 평소보다 5배 이상 많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딜러사들은 이번달을 시작으로 준비한 물량을 소진할 때까지 할인 프로모션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FCA코리아는 이번 할인 프로모션이 경쟁모델 할인에 대한 대응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니 `컨트리맨`도 올해 초 1000만원가량 할인을 진행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말이다. 실제 미니 컨트리맨은 올해 중반 풀체인지(완전변경)을 앞두고 있어 재고소진 차원에서 대폭 할인이 진행되고 있다.

미니 소형 스포트액티비티차량(SAV) `컨트리맨` (제공=미니코리아)
미니 소형 스포트액티비티차량(SAV) `컨트리맨` (제공=미니코리아)

하지만 업계에서는 FCA코리아가 500X 재고 소진을 위해 이번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시한 지 1년 도 안 된 차량을 30~40% 할인 판매하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할인 프로모션 대상 차종도 2016년식 500X다. FCA코리아는 지난해 3월 500X 출시 당시 월 평균 1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실제 판매량은 월 평균 20여대에 그쳤다. 준비 물량 대부분이 재고로 남은 것이다.

FCA코리아 관계자는 “매년 초에는 전년도 재고 물량을 털기 위해 대폭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재고 물량이 쌓인 상황에서 2017년식 모델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500X 할인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랜드로버 대형 소포트유틸리티차량(SUV) `디스커버리4` (제공=랜드로버코리아)
랜드로버 대형 소포트유틸리티차량(SUV) `디스커버리4` (제공=랜드로버코리아)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판매부진 또는 노후모델 등에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재규어랜드로버는 풀체인지를 앞둔 일부 모델에 대해 최대 1000만원 이상 할인을 제공한다. BMW는 7시리즈 모델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최대 1000만원 할인, 푸조도 2008 노후 모델에 대해 최대 340만원 할인을 제공했다.

국산차 업체도 판매부진 모델에 대한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가격할인에 인색한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대표 SUV인 `싼타페` 연식 변경으로 재고 소진 차원에서 일부 모델에 대해 10~15%가량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3000만원대 싼타페를 2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월간 판매량이 한 자리수에 불과한 i40, 벨로스터 등도 최대 10% 이상 할인 판매가 이뤄진다.

현대자동차 중형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 2017년형 싼타페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스포트유틸리티차량(SUV) 2017년형 싼타페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관계자는 “연식 변경,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풀체인지 등 신차 출시 소식이 들리면 고객은 기존 모델에 대한 구매욕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마진을 최대한 줄여서라도 재고를 없애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기 ?문에 판매부진 모델, 노후모델 등에 대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 환경부로부터 `인증취소 및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1만8000여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판매금지 조치로 평택항에서 6개월 이상 바닷바람을 맞은 재고차량이 올해 재인증을 마치고 30% 이상 대폭 할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해 판매금지 직전 최대 25% 이상 할인 판매를 진행한바 있다. 현재 일부 딜러사들 중심으로 재인증 차량에 대한 예약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인증모드 배출가스시험.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인증모드 배출가스시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평택항에 있는 재고 차량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할 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재인증 작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기존 고객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