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88>`스마트공장 가온머리` 박진우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장

박진우 스마트공장추진단장은 “앞으로 10년만 제조업체들이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면 한국 제조업이 되살아나서 거대한 중국 시장을 우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며 스마트공장 구축이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필수`임을 강조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진우 스마트공장추진단장은 “앞으로 10년만 제조업체들이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면 한국 제조업이 되살아나서 거대한 중국 시장을 우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며 스마트공장 구축이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필수`임을 강조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스마트공장 구축 열기가 뜨겁다.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해 말 2800개이던 스마트공장을 올해 5000개로 늘리고, 2020년까지 1만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진우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장을 최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상공회의소회관 6층 추진단장실에서 만났다. 박 단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이다. 대학 강의와 추진단 수장 1인 2역이다. 단장직은 재능 기부 형식의 무보수다.

박 단장은 “스마트공장 구축은 제조업 혁신을 위한 필수”라면서 “앞으로 10년만 제조업체들이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면 제조업이 되살아나서 거대한 중국 시장을 우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스마트공장은 어떤 것인가.

▲최근 위기를 맞은 제조업의 재도약을 위한 혁신 수단이다. 제품의 기획·설계·생산·유통·판매 등 모든 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서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하는, 이른바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지능형 공장을 말한다.

-언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을 시작했는가.

▲2014년 정운찬 국무총리 시절에 추진한 동반성장 기금 이자 100억원으로 시작했다. 대상은 중소기업이었다. 그해 후반기부터 성과가 나타났다. 2015년 6월 정부 지원으로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이 발족했다. 그해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으로 40억원을 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그룹에서 150억원씩 지원했다. 그동안은 시작 단계였다.

-올해 사업 계획은.

▲올해 스마트공장을 5000개로 늘린다.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1만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을 본격 시작한다. 중국 제조업의 추격이 거세다. 샤오미의 경우 저가 가전제품으로 한국 가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다. 이제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기존의 잘못된 관행이나 낡은 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 지금이 그럴 때다.

-그동안 추진한 스마트 공장은 얼마나 되는가.

▲2015년 1400개, 지난해 2700개 업체에서 스마트공장을 추진했다.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 앞으로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서 제조업 재도약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스마트공장 신청 절차는.

▲절차가 복잡하거나 까다롭지는 않다. 접수는 추진단 홈페이지에서 한다. 추진단 보급확산팀이 담당하는 이 업무는 거의 콜센터 수준이다. 지역창조경제센터와도 연계한다. 희망 업체는 사업계획서를 내야 한다. 대상이 되면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구축하고, 이와 연동한 제어기와 센서 등 구입도 지원한다. 전문가가 업체를 찾아가 맞춤형 컨설팅도 해 준다.

-추진단 조직은.

▲단장 아래 부단장 2명과 6개 팀으로 구성됐다. 스마트공장 업무는 보급 확산1, 2팀과 기술기획팀, 표준기획팀, 기반구축팀에서 역할을 분담했다. 현재 인원은 40여명이다. 상공회의소와 삼성전자 등에서 파견한 인력이 많다.

-어떤 일을 하는가.

▲추진단의 중요 업무는 스마트 공장 구축과 보급 확산이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과 표준화, 기반 구축 사업 등을 한다. 정부가 올해 스마트공장 예산을 400억원으로 확대 배정했다. 처음 산업부가 스마트공장 예산으로 200억원 올렸다가 기획재정부가 400억원으로 증액했다. 국회에서도 한 푼도 손대지 않고 통과시켰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을 이처럼 대폭 늘리는 일은 극히 이례다. 그만큼 제조업 혁신을 위한 스마트공장 구축이 시급함을 말해 준다.

-`스마트공장`은 몇 단계로 구분하나.

▲5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비 스마트 공장이다. 2단계는 기초 스마트공장으로, 입문 단계다. 3단계는 공장 제어와 관리가 잘되는 공장, 4단계는 최적화 단계다. 4단계에는 독일 지멘스나 한국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가 해당한다. 5단계는 미래형 스마트공장(데모공장)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다. 한국 스마트공장은 현재 2단계 수준이다. 미래형 스마트공장이 되면 신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ICT, 자동화 기술, 생산 신기술을 활용하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 독일 지멘스나 필츠가 선두 그룹이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스마트공장의 국내 모범 사례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동양피스톤을 들 수 있다. 2016년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이 업체는 불과 8개월 만에 공장을 혁신시켰다. 지난해 생산과 품질 향상, 납기 단축, 매출 증가 등 큰 성과를 냈다. 지금까지 1000여명이 이곳을 견학했다.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이 회사 시설을 직접 점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미국에 피스톤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공장 추진으로 어떤 성과를 거뒀는가.

▲스마트공장 추진단이 지난해 12월 스마트공장 구축 완료 기업 1861개사를 대상으로 방문 조사한 결과 생산성 23% 증대, 불량률 46% 감소, 원가 16% 감축, 납기 34.6% 단축 등 경쟁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실적이 좋아진 만큼 일자리도 늘어났다. 2015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 인식도 및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1.3%가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95.5%는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응답했다.

-세계 제조업 강국은 어디인가.

▲미국, 독일, 일본 등이다. 그 뒤를 한국과 중국이 따라가고 있다. 독일은 10년 전만 해도 유럽의 제조업 중환자 소리를 들었다. 독일 제조업은 끝났다고 했다. 그런 독일이 인더스트리 4.0 사업으로 제조업을 살렸다. 중국은 `제조업 2025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것이고, 2045년에는 미국을 앞서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최근 한국이 포기한 조선 산업에 대규모 지원을 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곳은 제조업이다. 이런 점에서 제조업 혁신 수단인 스마트공장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이 한국 제조업을 혁신시킬 골든타임이다.

-독일과 한국 제조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이 앞선 점도 있고 뒤진 점도 있다. 한국은 융합 기술이나 실행력은 독일보다 앞섰다. 로봇 활용 기술을 보라.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 대신 요소 기술이 약하다. 실제 우리가 보유한 요소 기술이 별로 없다. 한국은 창의력이 있는 민족이다. 그러나 지속성이 없다. 그러다보니 축적한 경험이 없다. 낭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문패 바꾸는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

-스마트공장 조기 구축을 위해 보완해야 할 것은.

▲중소기업인의 기업가 정신 함양이 절실하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이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은 기업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주와 직원들이 함께 가야 한다. 나는 기업주를 만나면 이런 점을 강조한다. 다음은 정책의 연속성이다. 좋은 정책은 승계하고 잘못한 정책은 고치면 되는데 이제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스마트공장은 계속 구축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처 간 갈등은 없는가.

▲그런 건 없다. 나는 관련 부처에 스마트공장 구축은 함께해야 한다고 늘 말해 왔다. 관련 부처 관계자들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안다. 국제 표준을 위해 전자부품연구원이나 전자통신연구원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은 오직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제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스마트공장 구축은 제조업 생존을 위한 필수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해도 관리를 못하면 3년 안에 무용지물이 된다. 기업이 보국(報國)하려면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은 스마트한 사람들이 있어야 스마트한 제조 현장을 구축할 수 있다.

-좌우명과 취미는.

▲성경 말씀을 좋아한다. 그 가운데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게 방향이다`가 좌우명이다. 취미는 산행이다. 관악산을 즐겨 갔다. 그러나 단장직을 맡고 난 이후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일을 하다가 이견이 있으면 다 듣고, 대신 기록으로 남기자고 말한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갔다가 새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감했다. 전쟁이 나면 왕이 맨 앞에 서서 싸웠다. 그래서 10년 이상 재위한 왕이 절반도 안됐다.

박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현대양행 기획실과 비서실을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에서 산업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미국 산업공학회 회원, 한국경영과학회장, 서울대 자동화시스템연구소장과 산업시스템혁신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인 첫 국제생산공학회 회원이며, 한국 대표를 지냈다. 2015년 6월 민·관 합동 스마트공장 추진단장에 선임됐다.

이현덕대기자@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