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증남 교수를 추모하며

우리의 사랑하는 친구 변증남 교수가 오늘 소천하셨다. 변 교수는 너무나 인품이 훌륭하고 능력이 출중한 분이라 더욱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가니 인생이 너무 허망함을 느낀다. 더구나 학문적으로도 비슷한 분야에 있어, 변 교수의 업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변 교수가 더 오래 우리 곁에 계셔서 못다한 사명을 다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변 교수는 1943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경기 중 고등학교,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 아이오와 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다가 1977년부터 KAIST에서 교수로 근무했다. 2009년부터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에서 석좌교수로 근무했다.

이제까지 석사 134명과 박사 60명 등 많은 우수한 제자를 배출한 훌륭한 교육자였다. 1979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로봇연구를 시작하시고 퍼지이론과 지능제어를 개척한 분이다.

변 교수는 1998년에 영문책으로 `반복학습제어`(Iterative learning control)를 저술하셨으며 현재도 해외에서 많이 인용되고 있다. 1999년부터는 과학재단으로부터 인간친화 로봇시스템 연구센터로 지정받아 이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학문적으로 큰 공적을 남겼을뿐만 아니라 국내외 학계에서 거인의 리더십을 수행하셨다. 국내에서 한국퍼지지능시스템학회와 한국로봇학회를 창설하고 회장을 역임하셨으며 대한전자공학회의 회장도 맡으셨다. 국제적으로 세계퍼지스시템학회(IFSA) 학회장도 역임하셨다.

이러한 공로로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와 IFSA 펠로우가 되셨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공학한림원 회원이 되셨다. 과학기술훈장 혁신상, 수당상, 미국 로봇산업협회로부터 Engelber 교육상 등을 수상하셨다.

변 교수는 다재다능 하시다 라는 것이 내가 가진 변 교수에 대한 기본 인식이다. 본인이 변 교수의 정년기념식에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때 “학술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다른 재능도 다 합친다면 변 교수가 우리 주위에서는 가장 뛰어난 분이시다”라고 자신있게 말했었다.

변 교수는 문학적 소질이 많았고, 여러 곡을 작곡할 수준으로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리고 몇 작품의 그림도 남길 정도의 재능도 있었다. 과학기술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다양한 재능이었다.

변 교수는 정년을 앞두고 `원칙의 울타리`라는 책을 발간했다. 여기에는 변 교수의 여러 생각과 살아온 삶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대학시절 변 교수가 중심이 되어 하누회클럽이 탄생했고 그 모임에는 윤종룡 삼성전자 전 부회장과 본인도 포함되어 있다.

변 교수의 문학적인 아이디어로 펜팔에 매달리기도 하였고 등산이나 야유회를 하면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따라 하면서 즐거워했다. 변 교수는 다정다감한 친구로서 우리들 그룹의 리더 역할을 했다. 우리는 변 교수 옆에 있어 행복했다.

변 교수가 남긴 인간적이고 학술적인 훌륭한 발자취는 우리 주위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변 교수! 번뇌 없는 하늘 나라에서 이제 편안히 쉬소서.

권욱현 서울대 명예교수(전 공학한림원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