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DDC 원년 선포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

올해는 소프트웨어 정의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지 만 10년째 되는 해다.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가 전격 확산되는 원년이다. 여러 정황이 뒷받침한다. 공공 시장을 필두로 기업과 기관이 오랜 기간 개념검증(PoC)를 거쳐 SDDC로 전환하는 준비 태세를 갖췄다. 장비제조사도 SDDC로 조직과 제품 라인업을 개편하고 있다.

한때 SDDC를 문서에나 존재하는 개념 모델이라고 주장하던 초창기의 비관론자는 자취를 감췄다. 전면이건 부분이건 도입의 당위성에 반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인천과 제주, 공공 시장에서 세계가 놀랄 SDDC 사례를 확보했다. 올해엔 전국으로 퍼져 나갈 전망이다.

그동안 SDDC 산업이 걸어 온 길과 향방을 재점검해 보기 위해 시곗바늘을 태동기인 5년 전으로 돌려 보자. 2011년부터 시장에서 조심스레 언급되던 SDDC는 2012년 초 구글 데이터센터의 SDDC 전면 적용 소식과 파격의 초기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소식이 맞물리면서 정체된 인프라 산업을 일거에 혁신시킬 차세대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술로는 가상화, 자동화, 표준화를 목표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분리 설계하는 아키텍처의 장점이 널리 알려졌다. 실제 기술 구현을 원하는 기업과 기관의 도입 이유를 조사한 결과 기존 데이터센터의 한계로 지목된 모듈화를 통한 확장성 확보, 전면 자동화에 의한 유연한 구축, 운영 등이 주목받았다. 현재 SDDC 기술의 장점과 우위는 검증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는 초심을 잃지 않고 방향성을 재고하는 데 있다. SDDC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개별 기술에 있는 장점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 이유는 이 기술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 구도를 사용자 중심으로 전면 재편시키는 파괴력에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은 장비 공급자가 설계, 제안하는 아키텍처를 사용자가 선택해서 수용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그 결과 공급자가 시장 주도권을 쥐어 왔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에 부응하는 혁신 인프라 도입의 목소리보다 안정된 보수 형태의 설계 경향이 존재한 것이었다.

시장 주도권이 사용자에게로 전환된다는 것은 여러 혁신 가능성을 내포한다. 우선 표준화 장비를 통해 특정 장비 제조사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환경별로 최적화된 기술을 다양하게 검토,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사용자 주도권 확대로 이어져 장비 공급사로 하여금 표준 기술을 통한 상호 연동을 가속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시장에서 검증된 자동화 솔루션으로 데이터센터의 외형도 바꿀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나틱으로 명명한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위치시키고, 구글이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바지선을 띄워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등 실험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제 데이터센터는 비용 절감과 급변하는 서비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민첩성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진화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합당한 선택의 결과물이다. SDDC는 인프라 환경 진화를 촉발시킨 매개체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전에는 상상도 못한 많은 혁신을 보고 있다.

물이 100도에서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변화도 임계점을 넘는 순간 급격하게 도래한다. 이미 시장은 새로운 기술로 전환하는 변화의 임계점을 돌파했음을 알린다. 가까운 미래에 2017년은 시장의 주도권이 사용자에게로 완벽히 넘어갔음을 선포한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 victor@naimnetwo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