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교육, 이제 시작이다

“소프트웨어(SW) 교과서가 나온다는데 학부모는 아직 목차조차 모른다. 정책을 추진하면 정보를 그때그때 공개해 달라. 그래야 부모가 덜 헷갈린다.”

최근 국회 SW교육 토론회에서 학부모 대표가 말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토론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토론회 자리에 있던 미래창조과학부, 교육부 담당 공무원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사이다` 발언에 많은 학부모가 공감했다.

토론회는 SW교육 의무화 시행 1년을 앞둔 시점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현행법에 따르면 중학교 SW교육 시간은 주당 0.25시간 수준이다. 한 달에 한 시간 남짓이다. 제대로 수업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세계적으로 SW교육은 주당 한 시간 이상이 보편적이다. SW교사도 부족하다. SW수업이 가능한 정보교과 교사가 거의 없다. 한 현직교사는 “적은 시수로 수업하다보니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학교는 SW교육을 34시간 이상 의무로 하도록 했다. `이상`이기 때문에 학교마다 그보다 많은 시간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현직 교사들은 `34시간`에 방점을 찍는다. 여러 과목이 수업시간 확보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이상`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학교는 34시간에 초점을 맞춰 커리큘럼을 구성한다는 게 현직 교사 주장이다.

새로운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란 쉽지 않다. 교원 확보, 시수 편성, 평가 체계 마련 등 교육시스템이 바뀌는 큰 작업이다. 때문에 2015년 SW를 필수 교과로 관철시킨 미래부와 교육부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최근 두 부처 움직임에서 `필수로 지정했으니 할 만큼 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시수, 교원전문성 확보 등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정책 신설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제대로 된 시행이다. 미래부와 교육부가 주도권을 쥐고 SW교육 시행에 더 고삐를 쥐어야한다. 총론과 각론이 함께 움직여야한다. 학부모, 학생, 교원이 믿고 따라가도록 정책은 반드시 공개, 공유돼야한다. 두 부처가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매 뛰어주길 바란다. SW교육은 이제 시작이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초·중·고 SW 교육 의무화 대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가운데 송희경 의원이 사회를 보고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초·중·고 SW 교육 의무화 대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가운데 송희경 의원이 사회를 보고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