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업계 성소수자 권리 놓고 트럼프와 충돌

미 IT업계 성소수자 권리 놓고 트럼프와 충돌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주요 정보기술(ICT) 업체들이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권리를 놓고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민을 제한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놓고 갈등을 빚은데 이어 양자간 2차 충돌이다. 지난 1월 애플 등 미국 IT업체 120여곳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 트럼프 행정부에 집단으로 반발한 바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애플 등 미국 IT업체들은 공립학교 트렌스젠더(성전환자) 학생들의 화장실 권리보호 지침을 폐기하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 지침에 반발, 이를 반대하는 법적 투쟁에 참여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법무부와 교육부 명의로 전국 학교에 보낸 서한에서 “성전환 학생의 화장실 이용에 대한 정부의 기존 지침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공립학교에서 성전환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지난해 5월 오바마 전 행정부가 마련한 지침을 폐기한 것이다.

미 IT업계 성소수자 권리 놓고 트럼프와 충돌

이번 성소수자의 화장실 사용 법적 투쟁은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이 주도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델, 리프트, 핀터레스트, 세일스포스닷컴, 구글, IBM, 슬랙, 텀블러 등 10여개 IT업체가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이 서명한 서류는 내달 2일 법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몇 달 안에 미국 대법원이 이 사안을 심리할 예정이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에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성전환자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자 이를 비난한 바 있다.

미국 IT업계가 성 소수자 권리보호에 앞장서는 것은 성 소수자들이 이들 IT기업에 많이 근무할뿐 아니라 기술기업 자체가 어떠한 규제도 거부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도 2014년 10월 본인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한 적이 있고, 트럼프 행정부 최고 IT 보좌관이자 유명 결제업체 페이팔을 창업한 피터 틸 역시 지난 대선 기간 중 “나는 게이인 것이, 공화당원인 것이,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성 소수자 학생들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트럼프 행정부 지침에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 20일 백악관 앞에서 열렸다.
성 소수자 학생들의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는 트럼프 행정부 지침에 반대하는 집회가 지난 20일 백악관 앞에서 열렸다.

애플은 23일 공식 성명에서 “모든 사람은 낙인과 차별이 없는 환경에서 번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성전환 학생들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그들의 권리와 보호를 제한하거나 폐지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글도 “성전환 학생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MS 최고법률책임(CLO) 사장도 트위터에서 “1863년 1월 1일 이후 미국 연방정부는 모든 미국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제 와서 이를 멈출 수는 없다”며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성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도 성명에서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조치에 반대한다. 우리는 항상 성 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우버 역시 “LGBT 커뮤니티를 겨냥한 해로운 조치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도 트위터에서 “우리의 모든 학생들을 사랑하자”며 반대 입장 편에 섰다. CEO가 트럼프 경영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IBM도 “교육 현장에서 성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어떤 차별적 정책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