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장비 혁신 이어가야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가 큰일을 해 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같은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아직 시제품조차 내놓지 못한 장비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에 특화한 신개념 세정 건조 시스템으로 웨이퍼를 건조할 때 쓰는 장비다.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라곤 하지만 이는 메모리반도체에만 국한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장이 훨씬 크고 중요한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는 아직 인텔, 퀄컴 등 외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반도체 장비 분야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전후 공정에 사용하는 고가의 핵심 장비는 대부분 일본과 유럽 등 외국 업체가 만든 제품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설]반도체 장비 혁신 이어가야

이런 참에 국내 업체가 세계 굴지의 반도체 장비 업체를 따돌리고 반도체 제조 공정에 꼭 필요한 신개념 세정 건조 시스템을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니 박수가 저절로 나온다. 장비를 만든 회사가 삼성 계열사임에도 삼성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SK하이닉스에서 이 장비를 구매하겠다고 상담을 요청했다고 하니 새로 개발한 제품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 소자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생산 규모도 세계 최대다. 반도체 제조 산업에 관한 한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풍부한 경험과 기술,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다. 대기업 소자업계의 이 같은 다양한 정보와 노하우가 중소·중견 장비업계와 공유되는 기반이 마련되면 제2, 제3의 쾌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반도체 장비 분야도 `중국 굴기`로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거대한 시장과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은 눈 깜짝할 새에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 왔고, 일부 분야는 벌써 우리를 앞섰다. 이번 사례가 추격자에서 혁신 선도자로 반도체 장비 분야의 체질을 바꾸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