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법` 유감

[기자수첩]`삼성법` 유감

“(반올림은) 유가족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아니다.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 노조 방식으로 활동한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던진 말이다. 양 최고위원은 고졸 출신의 첫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여성 임원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문재인이 영입한 인사`라는 슬로건으로 최고위원 겸 전국여성위원장에 선출됐다. 그는 반올림 관련 발언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사과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30여년 동안 밑바닥부터 성장해 온 양 최고위원이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속속들이 모를 리 없다. 사과는 했지만 이번 발언은 사실과 경험에 기초한 그의 내심이 아니었을까.

야권이 `반도체 직업병` 이슈를 다시 문제 삼으면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신창현 더민주 의원은 최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구제법`을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의심자에 대해 보상, 치료를 위해 출연키로 한 1000억원을 정부 기금으로 귀속시키는 것이 골자다. 기금을 신속하면서도 공정하게 집행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재계와 법조 관계자는 기존 산업재해보험법의 근간을 흔드는 초법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에는 `개연성이 있을 때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산업재해 판정과 상관없이 병에 걸리면 무조건 인정하고 보상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만 반도체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특정 기업에만 이 같은 규제법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신 의원은 지난해부터 반올림 측 논리로 삼성전자를 줄기차게 몰아세우고 있다. 삼성 직업병 이슈는 `내 구역`이라고 선을 긋는 듯하다. 그러나 심상정 정의당 의원조차 2014년 4월 이후로는 반올림과 접촉하지 않고 있다. 심 의원이 반올림을 도와 삼성전자로부터 도의의 사과를 끌어냈지만 반올림은 “심 의원과 논의한 적 없다”고 말을 바꾸며 문제를 지속시켰다. 초선인 신 의원이 양 최고위원의 표현대로 `전문 시위꾼`의 선전, 선동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해 보길 권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