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109> 당신은 `최고실험가`입니까

▲오늘의 고민

새로 취임한 J백화점 김 사장. 각종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이 최첨단, 최고급 백화점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과감히 혁신에 들어갔다. 각종 쿠폰과 재고 할인을 없애고, 럭셔리 브랜드로 매장을 가득 채웠다. 첨단 기계를 설치, 결제를 간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1년 반 만에 매출이 크게 떨어져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오늘의 성공 스트리

혁신 전문가 제프 다이어는 “모든 리더는 더 이상 최고의사결정자(chief decision maker)가 아닌 최고실험가(chief experimentor)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 대부분은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다. 경험이나 상식에 기반을 두고 `한다와 안 한다(go, no-go)`식 의사결정을 내린다. 다이어는 이러한 의사결정 대신 아이디어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실험하는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lt;109&gt; 당신은 `최고실험가`입니까

이는 미국 유명 백화점 체인인 `JC 페니`의 실제 사례다. 2011년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론 존슨은 `최첨단, 최고급의 백화점`으로 변신을 `결정`하기만 하고 성공 여부는 `실험`하지 않았다. 결국 예상과 달리 고객은 등을 돌렸고, 존슨은 결과에 책임을 지고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반면에 최고실험가로 눈부신 혁신을 일궈 낸 리더가 있다. 미국 카지노·호텔그룹 시저스의 개리 러브먼 CEO다. 그는 부임 직후 실험 없이는 어떠한 프로그램이나 정책도 시행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를 어기면 해고라는 경고까지 했다. 실험에 필요한 인재와 인프라를 갖추는 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러브먼의 실험 정신은 실제 혁신으로 이어졌다. 한 번은 상품 개발 시기를 앞두고 러브먼은 주요 고객이 `관광객`인지 의문이 들었다. 당시 업계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것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먼저 관광객 대상의 125달러짜리 패키지 상품과 인근 지역에서 놀러 오는 고객 대상의 60달러짜리 상품을 만들었다. 관광객 대상 상품에는 무료 숙박, 고급 저녁 식사, 30달러 상당의 카지노 칩 제공 등이 포함됐다. 인근 지역 거주자 대상 상품은 60달러 상당의 카지노 칩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쪽 상품을 선택한 고객이 카지노에 많은 매출을 올려주는지 실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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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카지노 칩 제공 상품을 선택한 인근 지역의 고객이 훨씬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러브먼은 이에 바탕을 두고 근처에 살면서 흥밋거리를 찾는 평범한 사회인을 집중 공략한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차별화한 경쟁 전략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 러브먼 취임 이후 10년 만에 시저스는 당시 업계 1위이던 MGM 카지노호텔 그룹을 꺾고 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솔선수범하는 리더 덕분에 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는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었다.

미국 콘티넨털항공 리더도 최고실험가로서 큰 성과를 냈다. 한 번은 출발 지연 등 문제로 불만인 고객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경영진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이들은 하나의 의견을 결정하는 대신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불만 고객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A그룹에는 사과 편지만, B그룹에는 사과 편지와 함께 프리미엄 클럽 임시 무료 가입권을 각각 보냈다. C그룹에는 비용 대비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C그룹은 몇 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불만이 있었고, A그룹은 이듬해 지출한 돈이 8%나 늘었다. 놀라운 건 B그룹이었다. B그룹 고객 가운데 무려 30%가 프리미엄 클럽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난 뒤에도 돈을 내고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이후 경영진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실험 결과에 따라 재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매출액이 1억5000만달러 이상 늘어나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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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한다, 안한다`식 의사결정만 내리고 있지는 않은가. 결정하기 전에 먼저 실험부터 해보는 `최고실험가`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직관에 의존한 결정보다 눈앞에 보이는 실험 결과가 불확실한 미래를 꿰뚫는 힘이 돼 줄 것이다.

정리=박은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 제작본부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