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충격 後 1년](하)뒤늦게 발담근 AI, `뚝심`이 필요하다

1년 간 사회 곳곳에 인공지능(AI)이 전파됐지만 체감할 변화는 없다. AI 기술개발과 적용 성과를 1년 안에 기대하기는 어렵다. AI 관련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 업계 등 지속적 관심이 요구된다. 기술개발과 인력양성뿐 아니라 스타트업 육성, 법·제도 정비 등 세부 영역별 노력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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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AI, `기술·인력·생태계 조성` 3박자 모두 갖춰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의미래연구소에 따르면(2015년 기준) 한국 AI 기술수준은 주요 국가보다 4.4년 뒤처진다. AI 기술 핵심 요소인 소프트웨어(SW)가 3.5년, 고성능컴퓨팅이 3.7년, 뇌과학·뇌공학 등이 7.8년 격차를 보였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국가 수준을 단기간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원천기술 확보는 중장기 투자가 뒷받침 돼야 한다.

AI 인력도 태부족이다. 정부가 파악한 국내 AI 분야 박사급 인력은 한해 20∼30여명 수준이다. 지난해 대기업과 정부 등에서 AI 인력을 뽑느라 인력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AI 관심이 저조했던 국내 여건상 AI 인력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AI관련 학과에 학생이 몰리고 있지만 AI 인력이 1, 2년 만에 배출되기 힘들다. 인력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중국이 최근 열린 AI 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기술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라면서 “국내외 좋은 인력도 자금 있는 대기업에만 몰리는 상황이다. 벤처와 중소기업, 연구기관에서도 좋은 AI인력을 채용해 AI 기술 저변을 넓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중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기업의 기술 개방과 공유 자세도 중요하다. 지난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해외 주요 AI 기술과 서비스가 국내 속속 등장했다. 구글, MS, 페이스북 등 주요 기업은 AI 기술을 개방, 공유하며 생태계를 넓힌다. 국내 기업과 정부에서도 AI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기업, 정부 등에 기술을 개방해 공유하며 기술을 보강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AI 스타트업 육성, 지원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돼야한다. ETRI에 따르면 세계 AI 관련 스타트업(855개, 2015년 기준) 가운데 절반(415개)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존재한다. 미국이 세계 AI 주도권을 가져가는 원동력 중 하나가 아이디어와 분야별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AI 스타트업계다.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AI기업은 이들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며 AI 기술과 서비스를 보강한다.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과 유수 대학연구진이 AI 관련 기술을 공개, 공유하면서 AI 연구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면서 “주요 기업이 공개한 AI 기술을 이용해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서 AI 생태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과 스타트업에서도 기술 개방과 공유는 중요하다”면서 “대기업은 AI 기술을 외부에서 평가받고 한 단계 발전하는 차원에서 필요하고, 스타트업은 AI 기술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파고 충격 後 1년](하)뒤늦게 발담근 AI, `뚝심`이 필요하다

◇다가올 AI 미래, 법·제도 뒷받침돼야

AI가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할 경우를 대비해 법과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인간이 아닌 AI가 유발한 사건에서 책임·의무·권리 관계를 어떻게 정할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의회에서 로봇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으로 규정하고 법적 주체로서 권리를 부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자율주행차는 오작동·고장 등으로 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운전자, 자동차 제조사, SW 개발업체 등 책임 소재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이를 보완할 자동차 보험 제도도 연구가 필요하다. 정부가 2020년 부분 자율주행을 허용한다는 입장이라 논의가 시급한 영역이다.

AI가 만든 산출물에 대한 저작권 논의도 제기된다. AI는 이미 소설, 시, 번역 등 문학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다른 예술 장르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기술적 수준이 높아졌다. AI가 코딩까지 익히게 되면서 SW프로그램 저작권까지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에서 저작권 주체는 인간이다. AI를 권리 주체로 인정할지, 관련 재산권을 누구에게 귀속할지 등 문제가 존재한다.

AI가 생산한 재화와 노동력에 `로봇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화에 따른 소득분에도 세금을 부과해 복지 혜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만큼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사회적 지원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AI와 로봇 안전성 심사 기준도 필수적이다. AI 오작동으로 야기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을 제어하는 장치 유무 등을 검증해 이용자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빅데이터 수집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도 해결 과제다. 개발자 윤리 기준 마련과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AI로 자동화됐을 경우에 인간 행위가 개입되지 않은 일처리가 많아진다”면서 “기계행위로 인한 책임자 식별에 많은 법률 검토사항이 발생한다. 책임을 확장하고 책임자를 찾아내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