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주화 정책에 지문인식 시장 `이원화` 조짐…범용·고급 나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지문인식모듈 외주 생산을 확대한다. 모듈 업계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고급·특수 모듈과 중저가 폰에 탑재되는 범용 모듈로 시장이 양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A시리즈 지문인식모듈 외주 생산을 추진한다. 초도 물량에 탑재된 모듈은 자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생산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삼성은 갤럭시 A시리즈보다 먼저 출시된 갤럭시온7에도 외주 생산한 지문인식모듈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갤럭시A5
삼성전자 갤럭시A5
삼성전자 갤럭시온7
삼성전자 갤럭시온7

외주 생산 폭이 확대되면서 부품 업계 수주전도 가열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외주화 전략은 지난해 본격화됐다. 업계는 지문인식모듈 협력사 후보로 드림텍(유니퀘스트 자회사), 엠씨넥스, 파트론을 꼽는다. 이들 회사는 수년 간 삼성에 시제품(샘플)을 제공하거나 다른 부품을 납품하며 관계를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문인식 외주화는 갤럭시온에서 먼저 이뤄졌지만 갤럭시 A시리즈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갤럭시 A시리즈는 판매량이 월등히 많고 모델도 다양한 만큼 업계 파급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은 모바일 지문인식 시장에서는 사실상 후발주자다. 삼성은 그동안 자사 스마트폰에 지문인식모듈 대부분을 자체 생산했다. 애플은 어센텍 인수로 지문인식 기술을 내재화했다. 크루셜텍은 삼성,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했다. 다른 기업들은 시장 진출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지문인식모듈이 범용 부품으로 자리 잡으며 새 시장이 열렸다. 현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지문인식모듈은 기능과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 지문인식 센서 칩(IC)을 물리 버튼으로 패키징한 것이다. 홈 버튼 기능을 겸한다. 장착 위치가 전면, 후면인지에 따라 모양과 설계가 변하지만 기본 구조는 유사하다.

이런 구조의 지문인식모듈이 수년째 적용됐기 때문에 그만큼 기술 확산이 쉽다. 카메라모듈 제조사는 유사한 제조 공정을 갖추고 있어 설비를 전환하기도 쉽다. 카메라모듈 제조사가 신사업으로 지문인식을 추진하는 이유다. 삼성도 이런 점을 고려해 외주 생산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셜텍이 MWC에서 선보인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솔루션
크루셜텍이 MWC에서 선보인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솔루션

범용 지문인식모듈이 외주화되는 한편, 스마트폰 제조사의 기존 제조 역량은 고급, 특수 지문인식모듈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조만간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지문인식부 형태가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물리 버튼 없이 디스플레이나 커버글라스에서 곧바로 지문을 인식하는 게 유력하다. 삼성전자도 갤럭시S8 개발 초기 이 같은 콘셉트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가들은 애플 역시 물리 버튼을 없앤 디자인을 채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트렌드로 자리잡은 `풀스크린`을 구현하려면 전면 버튼을 없애야 한다. 지문인식 홈 버튼을 후면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지만 물리 버튼을 아예 없애면 디자인, 편의 향상이 더 크다. 플래그십 제품의 차별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선도 기업도 이 시장을 노린다. 크루셜텍은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기술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공개했다. 이 회사는 위조지문을 차단하는 `안티페이크` 지문인식모듈도 내놨다. 범용 부품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피하고 수익을 제고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