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10>공유 면적을 넓히자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 &lt;10&gt;공유 면적을 넓히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에게 저녁상을 차린다. 아내는 묻는다. “오늘 회사에서 어땠어요?” 남편은 아내 얼굴을 보지 않고 무심하게 대답한다. “뭐가 어때? 별거 없지.”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남편 앞으로 반찬만 밀어 놓는다.

“그래, 나도 궁금하지 않다고.”

방과 후 집으로 돌아온 자녀에게 엄마는 반갑게 묻는다. “오늘 학교에서 뭐 했어?” 아이 대답이 허무하다. “만날 똑같지.”

“어찌 그 인간 아들 아니랄까 봐. 한결같은지.”

국정감사나 청문회 대화도 이보다 낫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김 대리, 어제 스키장 갔다며? 어땠어?” “뭐 스키장 다 똑같죠. 별거 있나요.” 이쯤 되면 말 걸지 말자는 이야기다. 싸우자는 이야기다. 대화가 이뤄지려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해야 한다.

아이나 남편에게 질문하는 이유는 `궁금해서`다. 그 아이가 학교 생활을 어찌했는지, 남편은 직장에 큰일 없이 잘 지내는지.

아내나 엄마 질문도 좋은 질문은 아니다. 질문이 뜬구름 속에 있다.

“여보,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어요?” “오늘 시간표에 그림 수업 있던데 수업시간에 무엇을 그렸니?”

질문이 구체화되면 대답도 구체화된다. 그게 대화의 시작이다.

공유하는 면적이 많아야 커뮤니케이션의 질과 양이 좋아진다. 상대방 생각과 행동을 공유하면 대화가 진전된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나서 친정엄마와의 대화가 늘었다. 결혼을 했다는, 아이를 낳았다는 공통된 경험과 삶을 공유한다. 전화로 한두 시간 통화는 기본이다. 마지막에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만나서 자세히 얘기해 줘.” 친정엄마와의 수다는 끝이 없다.

남편과 자식의 하루 일과를 아내, 엄마와 온전히 공유할 방법은 없다. 같은 회사에 다니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공통된 환경과 주제가 있지 않다면.

가족이 대화를 많이 하려면 서로 공감하는 부문을 늘려야 한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 활동하고, 경험하는 교집합을 늘리라는 것이다. 친한 사람과 이야기가 잘 통하는 이유는 가까운 사람과 삶을 공유하는 영역이 넓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일과 관계된 커뮤니케이션은 생산적이고 중요하다고 여긴다. 반면에 집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전업 가정주부 이야기는 그녀의 삶 일부다. 집안 빨래를 어떻게 효과 높게 세탁할지, 아이 교육에 도움이 되는 최신 정보로는 무엇이 있는지, 남편과 아이가 좋아할 만한 요리와 반찬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느 채소 가게에서 안심하고 콩나물을 사야 할지. 전업주부에게 공유 교집합이 많은 사람은 다름 아닌 옆집 205호 영희 엄마다. 영희 엄마와의 대화는 세세한 것이어서 언제나 즐겁다.

드라마나 연예인 얘기를 한다고 해서 `쓸데없는 소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녀 삶에 대한 모독이다. 그 쓸데없는 걱정이 남편과 아이를 키웠다. “코스닥이 뭐예요?”라는 질문에도 한심한 눈빛을 거두고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오늘 뭐했어?”라고 물으면 “뭐가 어때? 별거 없지”라는 대답 대신 “회사 식당에서 점심에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당신이 해 준 것보다 형편없었어. 역시 당신 솜씨가 제일이야”라고 해 주면 어떨까. 아내에게 물어 보라. 드라마 `도깨비` 주인공 공유의 연기력에 대해 어떤 평론가 못지않게 자세하고 한편의 드라마같이 설명해 줄 것이다. 소통이 안 된다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으로 일축하기보다 그 삶을 들여다보고 나와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을 늘려 보자.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