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컬럼]해외 진출 제조 기업을 위한 변명

“한국에서 벌어져야 할 광경이 왜 베트남에서 일어나야 합니까. (도널드) 트럼프가 애플 공장을 미국에 이전하려는 이유를 삼성도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최근 기자는 베트남을 다녀와 르포 기사를 출고했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출시가 다가오면서 생산 준비에 분주한 우리나라의 베트남 진출 기업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었다. 앞의 인용 글은 독자가 기사에 남긴 것이다.

[전문기자컬럼]해외 진출 제조 기업을 위한 변명

지난달 베트남을 찾았을 때 사실 적잖게 놀랐다. 국내 다수의 전자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또 현재 진행형이었다.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삼성 공장 신축 공사장에는 몇 대의 대형 크레인이 바삐 움직였고, 또 다른 전자 업체들도 한국에서 설비를 이전하거나 신규 공장 증설에 분주했다. 우리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끝이 아니었다.

한국은 이미 베트남 최대 투자 국가가 됐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대베트남 국가별 외국인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한국의 투자액은 누적 기준 485억1000만달러였다. 일본(398억달러), 싱가포르(379억달러), 대만(318억6000만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전체 외국인 투자의 35.3%를 차지, 1위에 올랐다.

3600㎞ 떨어진 타지에 우리나라 기업이 진출한 현장은 놀라웠지만 한편으론 걱정과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다. `베트남에서 이뤄지고 있는 투자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어땠을까?` `모두 해외로 나가면 국내 일자리는?` `경제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하나만이라도 국내로 들여올 방법은 없는 것인가?`

현실을 돌아봤을 때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중국의 2분의 1에 불과하다. 여기에 베트남은 노동력도 풍부하다. 9300만명의 전체 인구에서 4300만명이 노동 가능 인구다. 이들 가운데 45%가 35세 미만의 미래발전형 인력 구조라는 분석이다. 근면성과 손재주가 뛰어나다.

솔직히 얘기해 보자. 제조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되돌릴 수는 있을까.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생산 거점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게 제조업의 전략이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값싼 인력을 찾아가는 건 누구나 고려할 일이다. 초점을 달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해외 진출을 비난할 게 아니라 빠져나간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고민이 집중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생산 기지의 본국 회귀를 유도하는 `리쇼어링` 논의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생산 과정을 국내로 되돌릴 수는 없다. 전부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세밀히 살펴야 한다. 한 예로 최근 스미토모화학이 평택에 1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데미쓰코산, 바스프 등도 한국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굵직한 해외 기업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아직 우리에게 그만한 매력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이유를 분석해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빈 곳간을 채워 나갈 수 있다. 리쇼어링과 같은 국내 제조업 살리기에 대한 고민이 헛공론에 그쳐선 안 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