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바이오헬스 산업과 4차 산업혁명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4차 산업혁명으로 온 나라가 분주하다. 핵심은 융합과 데이터 혁신이다. 모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물인터넷(IoT)과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간의 모든 생각 및 행동이 클라우드 컴퓨터에 저장된다. 인공지능(AI)은 빅데이터를 분석,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큰 변화와 혜택을 볼 분야로 바이오헬스를 꼽는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이미 2000년 바이오 정보 혁명과 함께 시작됐다. 구글, 애플, IBM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산업 융합이라는 콘셉트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통점은 정부가 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자유를 부여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창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자유롭게 결합된 혁신 제품 및 서비스가 빠르게 시장에 진출한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ICT 제품과 서비스의 시험대 역할을 해 왔다. IBM의 AI 인지 프로그램 왓슨은 가천대와 협력, 진료 현장에 뛰어들었다.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의료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일화된 국민건강 정보를 보유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각 부처는 서둘러 규제를 만들어서 하려고 경쟁한다. 급변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서 컨트롤타워도 없이 분산된 구조에 의존한 거버넌스는 실효성이 낮다. 지금은 소모성 경쟁보다 통합된 협력이 최적화된 바이오헬스 전담 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밀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 데이터 혁신과 융합이 체계를 갖추고 빠르게 혁신 및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영국의 바이오청과 같은 전담 부처 신설의 필요성이 있다.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놀라운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뤄 냈다. 그러나 더 이상 빠른 추격자 전략에 의한 고속 성장은 없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도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경제 표준인 `뉴 노멀(New Normal)` 정책을 시행한다. 중국도 신창타이 정책으로 새로운 경제 시대를 준비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이후 11년째 2만달러대에 머물러 있고,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을 먹여 살린 주력 산업의 위기와 구조 조정 소식이 이제는 현실로 되고 있다.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경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 또는 바이오헬스 간 융합이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과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끌어내는 생태계 구축이 답이다.

우리 기업이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에 많이 진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시장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산업이 성장하고 혜택이 다시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산업과 시장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경쟁국에 비해 과다한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살펴야 한다. 규제는 시장을 보면서 진화해야 한다.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

바이오헬스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병원이 협업 및 혁신으로 융합이 가능하도록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여기에 창의 및 혁신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져서 효율화된 생태계가 구축되고, 바이오 신생 기업과 병원은 상호 협력해야 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혁신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실력 있는 데이터 과학자 10만명을 양성하는 것 또한 새 정부가 서둘러야 할 과제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스피드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경제 구조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대기업, 의사, 바이오 전문가, 바이오 산업 종사자 모두의 차원 높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jeongsun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