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한 팹리스의 교훈

한국 팹리스 기업이 진입장벽이 높은 자동차 분야에서 잇따라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주요 팹리스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업종전환 현상까지 빚어지는 상황과 대비된다.

자동차는 PC, TV,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 신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특성상 매출 발생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전, 산업기기 시장에 비해 공략이 어렵다.

그럼에도 실리콘웍스, 아이에이, 아이케이세미콘, 넥스트칩 등이 자동차 반도체를 속속 상용화했다. 이들 기업이 상용화한 부품은 브레이크 페달 움직임을 감지하거나, 차량 공조장치를 조절한다. 또 배터리 잔량을 체크해 발전량을 조정하거나 전기차 배터리 전자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도 한다. 앞으로 커넥티드 카와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면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반도체 수요가 기대된다.

이들 기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자동차업계 신뢰성 테스트를 통과하는데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당초 경영진이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하게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결실을 맺기 어려웠다. 연구원이 연구개발(R&D)에만 매진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준 결과가 성과로 이어졌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 전망이 유망하다고 일단 발을 담그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백전백패가 될 수 있다. 장기 시장 진입계획을 세우고 승산을 꼼꼼하게 따진 뒤 경영전략을 세워야한다. 경영전략에 확신이 생기면 CEO가 장기 R&D에 과감하게 베팅하겠다는 각오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주요 팹리스 영업이익이 1년새 30% 이상 급락했다. 몇몇 기업은 아예 팹리스 사업을 접고 다른 쪽으로 살길을 모색 중이다. 이들 기업이 힘들어진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신성장동력에 장기안목을 갖고 투자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실기 요인으로 꼽힌다. 팹리스 업계가 모처럼 찾아온 자동차 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를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