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막힌 '의료 한류', 의료관광 패러다임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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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화장품을 구입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국내 한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화장품을 구입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의료관광·화장품 산업이 '사드 후폭풍'을 맞았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환자 수는 반토막 났다. 수출화장품은 선적조차 하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13일 병원과 관련 기업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성형외과, 피부과를 중심으로 중국인 환자가 작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화장품 기업은 생산 중단 위기다. 정부 역시 올해 개최하려던 중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행사를 잠정 중단하며 관련 대책 마련을 고심한다.

국적별 외국인 환자 현황(자료: 복지부)
<국적별 외국인 환자 현황(자료: 복지부)>

2015년 기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29만7000명으로, 총 진료수입은 6694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중국인 환자는 10만명, 진료비는 2171억원으로 전체 수입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인 환자가 발길을 끊으면서 성형외과, 피부과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 환자 중 24%가 성형외과 진료를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의원 관계자는 “작년 대비 중국인 환자가 30~40%가량 줄었다”며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 대부분이 중국인 환자 비중이 절반 이상인데 피해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당장 중국인 환자 감소도 문제지만 'K-뷰티' 열풍을 타고 중국 현지 진출을 계획했던 성형외과도 앞날이 어둡다. 현지 마케팅이나 홍보도 문제지만 중국 정부 허가를 받을지 조차 미지수다.

대형 성형외과병원 관계자는 “올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등에 성형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중단했다”며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감이 커진데다 중국인도 이에 동조해 현지 사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장품 산업도 어려움을 겪는다. 작년 우리니라 화장품 산업 수출은 전년대비 40%나 증가한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은 중국에서 사상최대 매출을 거뒀다.

최근 한국 화장품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 보복이 노골화된다. LG생활건강 항저우 화장품 공장은 중국 정부로부터 소방점검을 받았다. 시정명령과 함께 1개월 가동 중단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보습로션, 수분 미스트 등 3종이 당국으로부터 수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전수검사, 인증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신규 수익원으로 코스메디컬(화장품+의약품) 시장을 노리는 바이오 기업도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대형 유통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사드 배치가 시작되면서 사업을 유보하자는 통보를 받았다”며 “사업을 재개하더라도 한국어 표기를 삭제하는 등 한국 제품임을 감추자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도 의료관광, 화장품 등 보건산업 성장을 견인했던 영역이 타격을 맞으면서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상반기 '중국 왕홍 초청 의료 체험행사' 등 중국을 겨냥한 의료관광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다음 주 중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등 주요 병원 관계자를 모아 간담회도 개최한다.

우리나라 의료관광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성형외과, 피부과에 집중된 진료과목과 대규모 인원을 유치해 이뤄지는 '공장식' 진료가 문제다. 중증질환으로 유치 범위를 확장하고 개별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김한얼 복지부 해외의료사업과 사무관은 “내년까지 중국 내 중증질환 환자 유치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개별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 기업과 협업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