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카약과 카누

[데스크라인]카약과 카누

북태평양에서는 작은 배를 만들 때 두 가지 방법을 썼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땅에 살던 알류트족은 카약을 선호했다. 해변에서 주워 모은 나무 조각으로 골조를 세웠다. 거기에 털을 없앤 바다표범 가죽을 붙였다. 카누는 통나무를 파서 만든다. 마제석기가 발달하면서 유행한 방식이다. 알래스카 남동부에 거주하는 틀링깃족은 우림지대에서 나무를 가져와 구석구석 파내 배를 만들었다. 결과는 비슷했지만 방식은 달랐다.인터넷에 범람하는 정보도 문화의 변화를 몰고 왔다. 과거에는 카약 제조 방식에 익숙했다. 정보 조각을 주워 모아 물에 뜨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제는 카누 제조법을 배워야 한다. 불필요한 정보를 솎아내 원하는 모양을 조각해야 한다.

정보 홍수시대다. 1년 동안 새로운 노래 800만곡, 새 책 200만권이 지구상에 선 보인다. 새로운 영화는 1만6000편, 블로그 포스트 300억개, 트윗 1800억개가 생성된다. 검지 한 번 까닥이면 콘텐츠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정보 부족은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다.

검색 엔진이 보여 주는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웹이 마치 거대한 백과사전처럼 여겨진다. 전통의 백과사전은 엄격한 편집 과정을 거친다. 자판을 두드려서 몇 글자만 입력하면 관련 링크들이 눈 깜짝할 새 쏟아진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정보의 정확성을 가리는 건 녹록지 않다.

대표 사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가짜뉴스다. 대부분 근거 없는 소문이나 억측이다. 과거에는 허위 정보 차원에 머물렀다. 최근 이를 뉴스처럼 포장, 문제가 커진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 확산 속도가 빠르다. 기술로는 필터링하기 어렵다.

규제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허위 정보를 단속할 법률이 없다. 언론사와 포털 차원의 대응 기술 방안이 모색된다. 가짜뉴스를 판독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시도한다. 국가 차원에서 포털 기업 등과 공동 대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나라도 있다.

수월한 근본 대책은 이용자로부터 나온다. 뉴스 이용자의 합리화된 의심과 뉴스를 제대로 보고 읽는 능력이면 그만이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것은 이용자의 편향된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비이성의 선택과 맞닿았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많은 사람이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고 일갈한 이유다.

그동안 초심자에게 순수한 사용 목적으로 컴퓨터 기술 활용법을 가르쳤다. 이른바 `컴퓨터 소양(computer literacy)`이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정보 소양(imformation literacy)`을 강조할 때다. 쉽게 말해 `헛소리` 탐지 능력이다. 온라인에 접속하기 전에 맨 먼저 배워야 할 기술이다. 어떤 질문의 해답과 그 해답의 정확성 여부를 가리는 기술이다. 동시에 인터넷에서 취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이성에 기반을 두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효과가 있다. 이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정보 소양 육성 과정을 공교육과 시민교육 차원에서 실시한다.

인터넷을 건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용자가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대면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윤대원 SW콘텐츠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