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톱 디자이너는 AI"...디자인 등 창의 영역 넘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의류회사 스티치픽스(Stitch Fix)는 최근 주홍색 민소매 브라우스를 내놨다. 이 상의가 주목받은 이유는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스티치픽스는 온라인으로 의류를 판매하는 e커머스 회사다. AI가 소비자 구입패턴과 인기 스타일을 분석해 제품 디자인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AI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3개 디자인 상의는 완판됐다. 이어 지난 2월에는 9개 아이템이 추가됐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약 24종 아이템을 추가할 계획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디자인`이 작곡, 로고, 비디오게임, 의류디자인, 특수효과 등 창조적인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컴퓨터에 창조성을 부여하는 노력은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같은 노력이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강력해진 컴퓨팅 파워로 최근 꽃을 피우고 있다. 창조성이 이제 인간만의 특징이 아닌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WSJ은 강조했다.

"미래 톱 디자이너는 AI"...디자인 등 창의 영역 넘봐

구글, 어도브,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은 컴퓨터에 창조성을 부여하는 `컴퓨테이셔널 크리에이티비티(Computational Creativity)` 연구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어도브과 같은 회사는 이 분야에 수백만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컴퓨터에 창조성을 더하면 더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컴퓨터비전시스템 같은 복잡한 분석을 요구하는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치픽스나 어도비 같은 회사는 이미 제품을 생산하는데 AI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7년 개발기간을 거쳐 드림캐처라고 하는 AI를 개발했다. 이 인공지능은 주로 산업디자인에 사용된다. 이용자가 디자인 콘셉트와 재료, 제작기계 등을 기입하면 AI는 스스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이를 이용해 기존 제품보다 35% 가벼운 차량섀시와 휠 연결 부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드림캐처는 유명 가구 제작 명인의 의자에서 힌트를 얻은 의자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오토데스크는 하반기 AI가 만든 디자인으로 제작된 3D프린팅 모델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영국 런던에 있는 스타트업 주크덱(Jukedeck)은 작곡하는 AI를 개발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로고조이(Logojoy)는 AI로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로고와 심벌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약 3000개 로고와 심벌을 디자인해 판매했다.

기술회사들은 여러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범용 AI를 만드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현재 AI는 특정 한 분야에서만 특화되어 있다. 또 시스템을 학습시키려면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하는 맹점도 갖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런 점을 해결하기 위해 AI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대립학습(Adversarial training)`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실제 이미지와 합성 이미지를 구분하도록 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와 같은 합성이미지를 재생성하는 식으로 AI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사람의 도움이 AI가 실용화 가능한 제품 디자인을 만들어내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에릭 콜슨 스티치픽스 최고알고리즘책임자는 “아직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과 현재 AI가 가능한 것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며 “그런 차이를 인간과 AI가 서로 협력하는 하이브리드디자인이 메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