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 G6와 피그말리온 효과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최재필 기자.
전자신문 통신방송부 최재필 기자.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 간절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원하는 여인 모습을 조각상으로 만들고, 사랑에 빠졌다. 매일 사랑을 고백하며 여인상이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랐다. 피그말리온의 정성에 감복한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 넣고, 결국 둘은 사랑을 이뤘다.

다른 사람이 기대하고 희망하고 관심을 가지면 능률이 오르는 사례를 조각가 이름을 따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LG G6가 산뜻하게 출발했다. 출시 2일 만에 3만대가 팔리더니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가죽 케이스를 씌운 G4와 모듈형 디자인을 적용한 G5 부진으로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를 맞았다. 적자가 누적됐고, 세계 시장에선 중국 제조사에 밀렸다.

너무 앞서가도, 조금 뒤처져도 안 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LG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스마트폰에서 고전했다. LG전자는 기존 이용자 분석과 자기반성을 LG G6에 투영했다. `회사가 원하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스마트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초기 반응이 괜찮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G5 때 초기 반응은 뜨거웠지만 부품 조달 문제로 적기에 공급하지 못했다. 제품이 완비됐을 때 소비자들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진 후였다. 결국 G5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끝까지 안정적 공급에 만전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과감한 마케팅과 불편함 없는 사후 서비스는 기본이다.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었던 건 온전히 피그말리온의 간절함 때문이었다. G6에 긴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것도 LG전자의 간절함에서 비롯된다.

G6에 스마트폰 사업의 명운이 걸렸다. `배고픔`만큼 맛있는 소스는 없다. 어려운 시기를 헛되게 보내지 않았음을 증명할 때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