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액티브엑스와 .EXE 고통서 벗어나려면

“공인인증서 완전 철폐하겠습니다.” “액티브엑스 퇴출하겠습니다.”

주요 대권 주자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국민 생활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공약이다. 온라인 금융 거래와 공공기관 전자민원 서비스 등을 이용하며 겪는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는 지난 수년간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이 가장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됐다. 철폐·퇴출을 골자로 하는 개선 방안도 수차례 등장했다. 2014년에는 '천송이코트' 발언과 함께 당시 대통령이 직접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까지 했다.

온라인 금융 거래는 여전히 불편하다.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전자민원을 처리하려면 적지 않은 인내심이 요구된다. 온갖 보안 프로그램 설치와 인터넷 옵션 변경을 요구한다. 한 번 설치된 보안 프로그램은 PC에 상주하며 금융 거래나 전자민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때도 사용자를 괴롭힌다.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는 공약에도 많은 국민이 호응하는 이유다.

기술은 복잡하지만 문제는 단순하다. 이용자가 바라는 것은 공인인증서 철폐도 액티브엑스 퇴출도 아니다. 그저 편리하게 사용하고 싶을 뿐이다. 보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이용자 개인이 모두 책임지기는 어렵다. 기술과 자본을 보유한 서비스 제공자가 알아서 해 주길 바란다.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본인 인증이 가능한 공인인증서 기술은 나왔다. 기술이 있지만 금융권과 공공기관은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키보드 보안, 문서보호, 출력 모듈 등 일부 보안 기능은 웹 표준에서 지원하지 않으며, 대체 기술도 없다.

불편함 해소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 불편함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 철폐·퇴출'이라는 자극적 방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액티브엑스가 떠난 자리를 플러그인 설치로 대신하는 불편함이 반복될 뿐이다. 생체 인증 하겠다며 추가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고 블록체인 적용했다며 PC를 재부팅하는 상황을 바라는 이용자는 없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