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TM 표적 사이버 공격 발생...카드정보 유출 우려

편의점 등에 설치된 금융자동화기기(ATM)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국내 금융권 망분리 환경을 노린 악성코드에 이어 ATM 사고도 발견되는 등 국내 금융망을 노린 북한 사이버 공격이 최고조다.

19일 금융 밴 기업 청호이지캐쉬는 40여개 금융사에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이 의심돼 조사 중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청호이지캐쉬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도 사고 발생 사실을 신고했다.

청호이지캐쉬는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ATM을 운영하는 ATM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다. 최근 이 회사가 운영 중인 ATM 중 일부 기기에서 백신 오작동으로 장애가 발생했다. 청호이지캐쉬는 장애를 복구하고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장애 원인 조사 과정에서 ATM을 표적으로 삼은 악성코드를 발견했다. 해당 악성코드는 고객이 ATM에서 자금을 인출하려고 카드를 넣으면 해당 정보를 빼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ATM 정보 유출은 주로 카드복제기와 소형카메라 설치 등 물리적 방법이 이용됐다. 카드복제기는 주로 마그네틱 카드 정보를 읽는데 최근 IC카드 사용이 늘어나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번 공격은 ATM에 악성코드를 감염시켜 고객의 카드 정보와 비밀번호 등을 훔치는 진일보한 수법이다. 조사가 완료되지 않아 악성코드 침입 경로와 고객 정보의 유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청호이지캐쉬와 제휴한 금융 회사들은 고객 정보 유출과 추가 피해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격자가 ATM에서 빼돌린 고객 정보를 이용해 복제 카드를 만들고 해외에서 자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호이지캐쉬와 제휴한 금융사는 지난 2월 20일~3월 11일 고객 거래 내역을 받아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최소화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자동화기기 중 VAN사 운영 ATM 비중은 2010년 28.4%에서 2015년 38.7%로 늘었다. 각 은행이 모바일 뱅킹 확산과 비용 문제로 ATM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ATM 밴사는 관리 감독 사각지대다. 카드밴사와 달리 ATM 밴사는 금융 당국 소관이 아니어서 감독권이 없다. ATM 밴은 다루는 개인 정보 민감도에 비해 정보 보호가 허술한 편이다.

ATM을 노리는 사이버 공격이 늘었다.(자료:카스퍼스키랩)
ATM을 노리는 사이버 공격이 늘었다.(자료:카스퍼스키랩)

보안 전문가는 “특정 ATM을 표적한 북한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면서 “3월 초 시중은행 망분리 환경을 노린 악성코드와 유사성이 높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자가 국내 금융 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했다”면서 “악성코드가 ATM 내부 프로그램을 바꿔치기 하는 수준으로 특화됐다”고 덧붙였다.

청호이지캐쉬 관계자는 “문제가 된 ATM에서 악성코드를 제거했으며, 의심되는 기기는 교체하고 점포를 폐쇄했다”면서 “관계 당국과 원인 파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9일 사이버 위기 경보를 3단계인 주의로 상향했다. 중국과 북한 등에서 들어오는 사이버 공격이 정상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고 비상 태세로 전환했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