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iEVE2017]제주도 1100고지 오른 전기차 '볼트'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Bolt)'는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차량이었다. 주행거리가 길어 언덕길이 많은 제주도에서 충전을 의식하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가파른 제주도 1100고지도 단 숨에 오를 만큼 가속력도 뛰어났다. 2000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가격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주행감각, 안전기능, 구조적 부분에서 아쉬움도 남았다.

한국지엠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박태준 기자 gaius@etnews.com
한국지엠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박태준 기자 gaius@etnews.com

지난 18일 볼트를 타고 제주도 서귀포 중문단지를 출발해 1100고지를 다녀오는 짧은 구간의 체험 기회를 가졌다. 정식 시승이 아니라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차량을 살펴보기에 앞서 주행성능부터 알아봤다.

전기차 주행 특성은 정숙성과 빠른 반응속도다. 중문단지 내에서 시속 30~50㎞ 속도로 주행할 때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노면음, 풍절음 등 외부 소음이나 모터소리와 같은 차량 내부 소음이 객실 내로 거의 유입되지 않았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진동도 전혀 없다. 실내에서는 탑승객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볼트 가속력을 알아보려 중문단지를 벗어나 한산한 도로를 찾았다. 볼트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m 힘을 내는 싱글 모터 시스템을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속도까지 7초 안에 도달한다. 실제로 주행 중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윙'하는 모터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시트에 박혔다. 다만 시속 100㎞ 이상 고속 주행 중에는 가속력이 다소 부족했다.

볼트 주행 중 적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우선 스티어링휠 조향 각도가 일반 차량보다 작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구불구불한 도로나 회전구간에서 스티어링휠을 평소보다 더 많이 돌려야 했다. 브레이크도 일반 차량과 다르게 작용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우선 마찰력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회생제동장치가 작동하고 완벽한 제동은 반 박자 늦게 이뤄졌다. 어드밴스드 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이 아닌 정속주행만 지원하는 일반 크루즈컨트롤이 장착된 점도 많이 아쉬웠다.

한국지엠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10.2인치 중앙 터치스크린과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 박태준 기자 gaius@etnews.com
한국지엠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10.2인치 중앙 터치스크린과 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 박태준 기자 gaius@etnews.com

볼트는 전장 4165㎜, 전폭 1765㎜, 전고 1610㎜ 등 소형 크로스오버(CUV) 크기다. 실내는 차량 크기 대비 넓은 편이다. 앞좌석은 준중형급 공간을 제공한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에 위치한 10.2인치 터치 스크린은 배터리 상태, 주행정보, 공조 등 차량 상태를 한 눈에 보여줬다. 애플 '카플레이'를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구현한다. 다만 자체 내비게이션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또 시야확보를 위해 높게 설정된 시트포지션은 승차감이나 주행안정감을 떨어뜨렸다.

한국지엠은 지난 17일 볼트를 출시하고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하루 만에 초도물량 400대를 모두 소진했다. 국내 시판 가격은 4779만원이다. 정부 보조금 1400만원, 지자체 보조금 최대 1200만원을 지원 받으면 2179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서귀포(제주)=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