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6>기고-에너지業·정책 새판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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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lt;6&gt;기고-에너지業·정책 새판 짜야

광복되고 3년째이던 1948년 북한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송전선로를 개성변전소에서 차단하면서 남한만 외부로부터 고립된 전력망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남쪽에 남아있던 발전설비는 다 합쳐도 20만㎾가 채 되지 않았다. 현재 전력 사용량으로 환산한다면 인구 10만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도 우리 전력망은 큰 변화가 없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 중화학공업 발달과 함께 급속하게 팽창했다. 지난해는 총 발전설비가 1억㎾를 넘어섰다. 원전과 석탄화력 같은 대단위 발전설비와 초고압 송전망으로 구성된 중앙집중형 거대 전력망은 이제 성장 한계에 닥쳤다.

그동안 우리 전력 정책 주기조는 산업화 논리에 종속된 공급확대 위주였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중화학공업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구조가 정착됨에 따라 경제발전은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졌고, 정부는 전력설비를 확충해 값싼 요금의 전력을 산업계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국민1인당 전력소비량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보다 더 늘어나게 됐다. 발전설비 밀도 또한 여느 선진국보다 높다. 다른 나라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전력망은 전력수급과 안정적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고, 환경과 건강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력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지금과 같은 공급확대 중심의 에너지정책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입했다. 우리 산업구조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중화학공업에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구조로 신속히 바꿔야 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인프라도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며, 에너지저장장치나 전기차 같은 새로운 기술을 국가적 규모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중앙집중형 전력망을 분산형 전력망으로 변환시키는 등 공급 확대 위주 정책에서 수요를 능동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력산업 기반을 이루고 있는 현행법과 제도 또한 시대 요구에 맞지 않아 새로운 기술을 담아내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개정하는 작업 또한 시급한 일이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 기반이 되는 새로운 전력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때다.

여러 에너지 관련 위원회 기능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각 위원회가 위임받은 본연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아울러 위원회간 기능이 상충되거나 선후관계가 뒤바뀌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공기업 역할 또한 새롭게 바뀌어야한다. 지금까지는 중화학공업을 지탱하는 에너지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면 앞으로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임무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에너지공기업의 '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에너지정책은 최소한 10년을 내다보고 수립되고 일관성을 갖고 추진돼야만 비로소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금처럼 산업정책에 종속된 입장에서 수립되는 정책은 단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치중되고 장기적으로 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정책을 총괄 기획하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문승일 서울대 공대 교수 moonsi@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