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리는 '핵심 병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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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우리는 '핵심 병기'가 있는가

디지털 기업 간 경쟁은 냉혹하다.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다. '0과 1'의 이진법이 지배하는 이곳에선 패자 부활전은 상상할 수 없다.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다. 구글에 패한 야후는 잊혀 간다. 아마존에 추월당한 이베이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놓였다.

승패를 가르는 핵심처가 어디일까.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급소 공략'을 들 수 있다. 구글은 '빠른 검색', 아마존은 '빠른 배송'이라는 '업(業)의 핵심'에 집중했다.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간파했다. 네이버가 한국 포털 시장을 제압한 과정도 구글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존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최대 2일 배송을 공약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로 최후의 수를 띄웠다. 땅이 넓은 미국에선 우리나라와 달리 2일 배송이 파격 서비스다.

국가 간 경제 전쟁도 섬뜩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벌이는 중국의 파상 공세가 무섭다. '사드 파문'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앞으로 국가 간 갈등은 언제든지 '산업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중국이지만 언제든지 미국이나 일본으로 바뀔 수 있다. 군사력 증강 못지않게 산업 역량의 강화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사드 파문'이 극명하게 보여 준 대목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중국은 우리가 취약한 산업 목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나씩 공격했다. 관광, 게임, 음원 등이 타깃에 올랐다. 공격 수위를 높이면 농산물까지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격하진 못할 것이다. 한국 부품이 없으면 중국산 가전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까지 공격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수출의 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버텨 낼 수 있을까.

지난 몇 년 동안 경고음이 점점 커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중국은 올해 국제디스플레이학회(SID) 콘퍼런스에 176편의 논문을 제출했다. 한국 논문 128편보다 무려 48편이나 많다. 중국 팹리스 반도체 기업은 2000개가 넘는다. 한국보다 20배 이상 많은 수다. 논문과 반도체 벤처 숫자에서 추월했다. 미래 경쟁력에서도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대한민국에선 야후와 이베이의 그림자가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핵심 경쟁력'을 너무 소홀히 했다. 정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사업이 전면 중단되는가 하면 반도체 산업은 직업병 논란을 맞아 '죽음의 산업'으로 호도됐다. 사회 관심이 줄면서 인재와 자본이 떠났다. 지난해 팹리스 반도체 시장엔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한 기업이 속출했다. 몰락의 전조로 보는 이도 많다.

디지털 제국은 미국과 중국 기업이 이미 양분했다. 구글과 아마존에 맞서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일전을 벼른다. 4차 산업혁명도 이들 플랫폼을 장악한 두 나라가 주도할 공산이 크다. 눈여겨볼 대목은 미국에 한참 뒤져 있던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은 점이다. 중국 정부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자국 기업을 육성한 뒤 문호를 개방했다. 미래 산업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와 자신의 급소가 무엇인지 미리 알고 대비했다. 글로벌 산업 전쟁이 노골화하는 시대, 우리는 어떤 '핵심 병기'를 갖고 있는가. 그것을 제대로 준비하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장지영 미래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