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검찰 조사]'뇌물죄' 성립 여부가 수사 관건…재판에도 영향

[朴 전 대통령 검찰 소환] 불구속땐 재계 수사방향에 영향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1일 만에 검찰에 출두, 14시간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오후 11시 40분 종료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각종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사욕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 적이 없음을 일관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네 번째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에 서서 “송구스럽다”는 짤막한 사과와 “성실히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는 소회만 남겼다. 삼성동 사저로 돌아온 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듯한 메시지를 남긴 후 악화된 여론을 감안한 듯 말을 아꼈다. 하지만 막상 조사가 시작되자 혐의를 적극 부인하면서 검찰과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조사 후 검찰의 신병처리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진1】◇박 전 대통령, 최 씨와 완벽한 선긋기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비교적 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임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중간 브리핑을 통해 “답변을 잘하고 계시다”면서 “아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순실 씨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하는 등 사익을 도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은 전혀 개입하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거나, 일부 의혹 사항에 관여한 사실이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최 씨 사익 챙기기를 도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최 씨와의 공모 입증 여부에 따라 사실상 자신의 신병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진술 전략도 철저하게 최 씨와의 선긋기에 맞춘 것으로 보여진다.

또 다른 쟁점인 청와대 문건 유출과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해서도 일부 연설문을 작성할 때 도움을 받은 것 외에는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사실이 없고, 블랙리스트에 관해서는 어떤 보고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리한 13가지 혐의를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삼성이 최순실 씨에게 건넸거나 건네기로 약속한 433억원의 뇌물 성격 여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을 강요한 혐의 △청와대 문서를 유출한 '공무상 비밀누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실행·지시한 '직권 남용' 등 네 가지 혐의가 수사 쟁점이었다.

검찰은 뇌물죄 수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뇌물죄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나 징역 10년형 이상을 받는 중범죄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에서도 가장 중하게 취급되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해 대기업에 재단 출연금을 강요했으며, 이 대가로 해당 기업 현안이나 민원을 해결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할 때마다 안종범 전 수석 업무수첩 등 확보한 증거자료와 청와대 참모 진술을 중심으로 캐물었다. 박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신병처리 결정 따라 재판에도 영향 미칠 듯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 특수성으로 박 전 대통령을 여러 번 재소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조사를 끝으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뇌물 혐의 입증 여부가 구속과 불구속을 가를 기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뇌물공여자로 지목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공범 혐의가 있는 최순실 씨는 이미 구속됐다. 뇌물공여자가 구속된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수뢰자가 구속되지 않는 것은 법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다. 또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관련 혐의자가 모두 구속됐다. 이들과 공모하거나 최종 결정자 위치에 있는 박 전 대통령도 법적 처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점을 고려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이 어느 쪽을 택하든 5월 9일 조기 대선 일정과 맞물려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으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청구하더라도 수집된 조사 자료와 비교 분석, 법리 검토를 거칠 것으로 보여 최소 2~3일은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불구속 상태 수사가 결정되면 이미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이나 다른 대기업 총수에 대한 수사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표>박근혜 전 대통령 13가지 혐의 내용

[朴 전 대통령 검찰 조사]'뇌물죄' 성립 여부가 수사 관건…재판에도 영향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