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한전 SW·플랫폼 중심 사업자 전환 전략 왜 나왔나

[해설]한전 SW·플랫폼 중심 사업자 전환 전략 왜 나왔나

지난해 전력업계엔 '한전의 탈(脫) 화석연료 전략'을 둘러싼 소문이 파다했다.

내용인 즉, 한전이 신기후변화체제 장기 대응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발전자회사와 학계·민간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용역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탈화력'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부·한전·발전자회사 모두가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 연구용역 결과는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전력업계에는 발전 자회사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에너지 전환 방안이 담겼을 것이란 추측만 무성했다.

21일 조환익 한전 사장이 밝힌 SW·플랫폼 사업자 대전환과 향후 에너지시장 대응 전략은 지난해 연구결과와 무관치 않음을 확인시켰다.

5개 석탄발전사와 1개 원전운영사를 자회사로 두고, 국가전력의 압도적 비중을 여기서 생산해내지만 이들에 대한 언급과 비중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 사장은 이들 없이도 우리가 전력위기를 겪지 않을 만큼 '플랜B'까지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기후변화와 국민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들 발전공기업으로부터 구매하는 전력가격은 더 비싸질 것이다. 이미 EDF, RWE 등 해외 유수 전력 유틸리티 대기업의 영업이익과 시가총액이 무너지고, 회사 조직이 쪼개지는 상황에서 의기의식은 더 크다.

조 사장은 한전 수장으로 온 뒤 입버릇처럼 되내던 “전기만 팔아선 먹고 살 수 없다”는 얘기를 거듭 강조했다.

한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자체 ERP와 종합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개발에 나서는 등 SW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전력빅데이터센터'를 만들어 민간 기업과 데이터 공유와 에너지 종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업무 현장에선 3D 변전소모니터링, 드론 송전설비 점검 등 새로운 시도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중심에도 에너지가 있다고 봤다. 사물인터넷(IoT)으로 모든 기기가 통신기능을 갖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기기가 전기를 사용한다는 관점에서 전력수요 곡선을 예측해야 한다. 전력에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통해 스마트그리드와 홈서비스 등을 구현하게 된다.

한전의 이 같은 새로운 움직임에 다른 업종 기업도 긴장했다.

한전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에너지시장 장악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전력판매시장 개방을 외쳐왔던 통신업계에서 보기엔 한전의 반격카드로 읽힐 수도 있다. 캡코4.0 프로젝트 곳곳에 개방과 협력, 산업생태계 같은 여러 분야 줄기가 섞여있는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전이 구상 중인 에너지 플랫폼은 현재 △분산전원 △전력 서비스 △전기자동차 △전력빅데이터 4개 부문이다. 이들 플랫폼이 얼마나 많은 기업에 개방되는지에 따라 한전 에너지 플랫폼이 타 업종에 장벽이 될 수도, 생태계가 될 수도 있다.

세종=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