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전파 회전시켜 3갈래 송수신 기술 개발... 주파수 효율 3배 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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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전파에 회전을 가해 한 번에 세 가지 신호를 동시에 송·수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일 주파수와 장비 자원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이상훈)은 변우진 전파자원연구그룹장 연구팀이 전파를 각기 다른 각도로 회전·전달해 주파수 이용 효율을 세 배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산업계는 수직, 수평 두 가지 방향으로만 데이터를 전송했다. 송출 방향이 제한돼 주파수 사용 효율도 떨어졌다. 그러나 2011년에 전파가 특정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는 '전파 궤도 각운동량(OAM)' 원리가 구명돼 여러 신호를 한 번에 보낼 수 있게 됐다.

ETRI의 김중빈 박사(좌), 홍주연 선임연구원(우)이 회전 전파를 이용한 TV 신호 무선 전송 시연을 하고 있다.
ETRI의 김중빈 박사(좌), 홍주연 선임연구원(우)이 회전 전파를 이용한 TV 신호 무선 전송 시연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OAM에서 착안, 전파에 각기 다른 모드(모양)을 적용했다. 전파 회전 수, 회전 방향을 달리해 총 세 가지 모드를 구현했다. 각 모드는 회전각에 따라 분리됐다가 수신 장치를 거쳐 다시 하나로 복원된다. 같은 주파수 내에서 기존의 세 배 분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미 안테나 하나로 총 세 개의 전파 신호를 발생·복원하는 실험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송·수신 장비는 고이득 카세그레인 반사판 안테나다. 반사판 두 개로 전파 에너지를 한 쪽 방향으로 집중시킨다. 여러 개의 전파를 분리, 합성하는 초고주파 '버틀러 매트릭스 회로'를 더했다. 기존의 수직·수평 편파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ETRI가 카세그레인 반사판 안테나를 이용해 만든 회전 전파 모드 송출 안테나.
ETRI가 카세그레인 반사판 안테나를 이용해 만든 회전 전파 모드 송출 안테나.

이 기술은 미래 주파수 자원인 밀리미터(㎜)파를 활용한 통신 환경에 유리하다. 30~300㎓의 ㎜파는 전파 에너지가 작은 면적에 모인다. 상대적으로 작은 안테나 면적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 관련 안테나 기술로 세계 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세계 안테나 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에 바탕을 두고 국제특허 10여건을 출원했다. 과학논문색인(SCI) 저널 세 편 등 여덟 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앞으로 4년 안에 기술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 통신, 평면 구조 반사판 안테나, 위성통신, 고해상도 레이더 응용 연구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변우진 그룹장은 “모드 변형과 필터 성능 강화로 송출 전파 수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주파수 이용 효율을 높이고 빨리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