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4차 산업혁명을 위한 시대정신

[미래포럼]4차 산업혁명을 위한 시대정신

봄이 되면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차례로 피어나는 게 순리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이들이 한꺼번에 앞 다퉈 피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 정도로 따뜻한 봄 날씨지만 나라 상황은 봄소식이 요원해 보인다. 헌정 초유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 '한국의 젊은 민주주의 가능성을 보았다”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처럼 희망의 씨앗도 함께 싹트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종말을 끝내고 새로운 봄을 맞게 되길 기대해 본다.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이며, 앞으로 주도할 기술·제품·서비스·비즈니스와 이를 위한 국가 정책·전략 및 제도·교육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많은 것은 고무적이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한 방식을 답습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의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단 그 변화의 밑바탕이 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룬 성공의 중심에는 '패스트 팔로어'형 전략 실행을 위한 수직, 효율, 통제, 분업의 시대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퍼스트 무버'형 전략을 실행해야 되고, 창의성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문화를 뿌리내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가 따라야 할 시대정신은 바로 수평, 개방, 자율, 협력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아야 우리만의 독창적인 혁신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규제 기관인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제왕적 관료주의 제도의 혁파가 우선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고 있는 미국과 독일을 따라잡기 위해 이들을 벤치마킹하고, 국가 주도로 선정된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을 지원하던 과거의 정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창의적 제품과 서비스로 글로벌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시장의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는 작고 강한 정부로의 개혁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음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얼마나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패스트 팔로어'형 인재 양성에 적합한 교육이었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학원에서 시험을 잘 치는 방법을 배우고, 학교는 시험을 통해 석차를 내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창의적 문제를 만들 줄 알고, 서로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받고, 개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창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뒤로 미뤄 둔 성숙한 시민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국민은 있었지만 시민은 없었다. 시민의 자율과 국가 통제가 선순환 관계에 놓인 사회가 성숙된 시민사회다. 우리 사회도 전반적으로 권리와 책임을 자율적으로 실행하고 공익성과 시민성을 겸비한 교양시민 사회로 거듭날 때 양극화를 해소하고 공생을 위한 사회 재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더라'는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의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단 시대정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통해 정부 혁신, 교육 혁신, 사회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전략 수립과 실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수평, 개방, 자율, 협력이 우리가 따라야 할 시대정신이다.

김영환 KAIST 전산학과 교수/KAIST 컨버전스 AMP 과정 책임교수 nomad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