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서 "성차별로 기술 소외 받지 않도록 해야"

론다 슈빙어 스탠포드 교수
론다 슈빙어 스탠포드 교수

“스페인어 신문을 구글에서 영어로 번역하면 '여성' 지칭 단어가 남성 대명사(he, his, him)로 번역된다. 인공지능(AI) 번역이 성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를 구글에서 바로 잡지 않으면 남성 편향적인 번역 알고리즘이 누적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젠더 혁신(Gendered innovation) 개념을 만든 론다 슈빙어 스탠포드대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 젠더 혁신의 역할'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젠더 혁신은 과학기술과 산업계에서 젠더(성별)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페인어를 구글 번역기를 사용했을때 나온 결과
스페인어를 구글 번역기를 사용했을때 나온 결과

그는 “구글 검색엔진에 성 편견이 잘 나타나는데, 단어 연관성을 알려주는 구글의 딥러닝 기법인 'Word2Vec'을 이용하면 남성은 왕, 여성은 여왕이란 단어와 연결된다”면서 “또 남성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여성은 주부라는 단어와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음성비서가 '여성' 목소리란 점도 지적했다. 슈빙어 교수는 “애플, 아마존, MS 등 음성비서 목소리는 '여성'으로 설정돼 있다”면서 “IT 과학자의 무의식 속에 형성된 편견이 기술에 접목돼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여성보다는 남성을 우대하는 현상은 성차별을 넘어 인종차별로 흐를 수 있다는 위험성도 지적했다.

니콘은 카메라 소프트웨어가 동양인의 '눈'을 인식하지 못하고 눈깜박임으로 인식한다. 슈빙어 교수는 “공학 수업부터 젠더 개념을 가르치고 적용해야 한다”면서 “스탠포드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이 젠더를 고려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젠더 혁신은 과학기술과 산업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새 과제, 질문을 만들어 낸다”면서 “새 연구 영역을 만들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창의성을 촉발시킬 것이고 이 기회를 살려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유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여성은 경제활동 역사가 짧지만, 또 그만큼 정보 접근이 어렵다”면서 “전체 사업자 40%가 여성인데,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참여 기업은 2%밖에 안 되는 등 과제제안서 용어 자체가 '남성' 위주로 디자인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나 정부에서는 상품이나 정책기획 단계, 데이터 활용부터 젠더 혁신이 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는 “4차산업혁명에서는 합리적 사고, 가치, 문화 등 다양성이 강조되는데 젠더 혁신으로 국가의 정책이 더 섬세해져 국민 개개인에게 기반을 두는 정책을 펴야하다”면서 “젠더 혁신은 또 하나의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